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4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이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은 불법부당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손실된 금액을 회수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연금에 대해 “빠른 시일 안에 손실된 금액을 찾기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윤택근 부위원장은 국정농단·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재판을 근거로 “이재용 부회장의 세습에 국가기관인 보건복지부가 개입”됐고,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큰 손해를 입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에 대해 “불법 부당하게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던 그 내용을 상세히 연구하고 파악해서” 3월 주총에서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입은 피해금액이 6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추산한 합리적인 합병비율인 1:1과 1:1.36(실제 합병비율)을 비교해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이익은 3조~4조원, 국민연금의 손실은 5200억~6700억원 정도”라며 “국민노후에 활용될 기금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활용돼, 재벌에게는 약 4조원의 이득을 국민에게는 6000억원의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합병비율을 부당하게 조작해 국민연금공단 및 국민노후자산에 손해를 끼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의 불법행위에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연금에게 삼성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하라는 국민청원 운동이 두 차례 진행됐다. 2016년 12월 1만2000명, 2019년 6월 5600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오종헌 사무국장은 “불법행위자들이 국민연금공단에 입힌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불법행위자들에 의한 국민연금공단의 손해를 반드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정상영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제정·시행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에도 소송제기가 하나의 권리 행사방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국민연금의 손해가 분명하고, 그 과정에 이재용의 승계를 위해서 국민연금이 동원됐다는 사실도 확인된 것”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해 즉각적인 손배소송 제기”를 촉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외에도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사안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이동구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은 2007년 브라질 시추선을 수주하면서 거액의 뇌물을 건냈다가 브라질 정부와 미국 재무부에 75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890억원의 벌금을 내게 됐고, 이와 관련해 선주와 분쟁이 생겨 영국 중재재판부로부터 1억8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2200억원을 물라는 판정을 받았다”며 “자초지종을 따져보고, 누군가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거나 책임이 있다면 그것을 묻지 않고, 그냥 넘긴다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연금자산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국민연금의 배임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효성그룹의 경우, 이미 조현준 회장은 200억원의 배임횡령 혐의로 1심에서 2년형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림산업의 이해욱 회장은 사익편취 혐의로 공정위에 의해 검찰고발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막론하고 자기들이 반드시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욱 변호사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투자대상인 기업과 대화를 하고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실력행사를 하는 메커니즘이라며, “그 실력행사가 곧바로 경영간섭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을 하고, 다수결 표결을 통해 정관을 개정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자는 것이지, 강압적으로 국민연금이 정부의 힘을 뒤에다 지고 기업에게 압박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며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좀더 적극적이고 좀더 구체적으로” 행사하고, “국민들의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