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입장문 내용 중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관련된 합의가 없었음에도, 대한항공이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했다는 주장이 눈에 띈다. 연말 한진그룹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무산된 것을 계기로 갈등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23일 입장자료를 통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선대 회장의 유훈보다는 법과 절차에 따른 경영이 우선이란 말로 들린다. 이렇게 해석하면, 양자간 갈등 양상은 향후 더 격렬해 질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을 두고 언론에서 ‘남매의 난’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과 같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벌어지는 암투는 왕권시대 왕권계승 못지않은 골육상쟁을 동반한다.  

또한 봉건왕조 왕만큼이나 절대적인 권한을 기업 내에서 행사한다는 의미도 엿보인다. 무한대 권력을 둘러싼 다툼이다보니, 경영권을 둘러싼 상속권자들이 벌이는 분쟁은 기업경영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그마한 개인기업도 아니고 상장된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거대 글로벌기업이 운명이, 수많은 주주와 직원보다 총수일가 다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이런 전횡으로 회사와 직원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 간과할 일도 아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24일 성명서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을 나락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이라며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통해 우리 조합원 및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당 노동조합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하여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반대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땅콩회항과 물컵갑질 등 총수일가의 포악질로 타격을 입은 대한항공이다. 여기에 가족간의 경영권 분쟁까지 더해진다면, 그에 따른 피해를 대한항공이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대한항공 사례를 통해, 총수일가의 전횡을 방치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