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 경기장에 난입한 팬이 심판을 구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장 난입과 폭력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 사건을 접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잦은 오심 논란이 확산되면서 심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탓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응용 감독은 최근 심판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20일부터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간의 3연전이 모두 오심 논란에 휩싸였다. 20일에는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음에도 심판이 세이프 판정을 내려 한화가 억울하게 점수를 잃은 일이 벌어졌다. 넥센은 이 점수로 인해 2대0으로 앞서나갔고, 경기는 결국 3대1로 넥센이 승리를 거뒀다. 한점차 박빙 승부에서 심판의 결정적 오심은 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심논란이 거듭되자 KBO 심판위원회는 해당 심판에게 엄중경고와 함께 제재금 50만원을 부과했다. 또 4심 합의나 비디오 판독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과거에도 오심을 저지른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하거나 2군심판으로 강등한 적이 있었지만, 이들이 얼마 안돼 버젓이 1군심판으로 복귀하는 일을 여러차례 봐 왔기 때문이다.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지난 4월25일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스의 경기 중 오심이 발생하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심판에게 혼을 냈다”고 발언해 비난을 산 바 있다. 해당 심판은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의 오심 논란에 대해 “전에는 모르고 지나갔던 부분들이 지금은 슈퍼카메라를 이용한 중계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보여지는 것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방송중계 환경의 변화로 오심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오심에 대해 책임이 있는 KBO가 이 문제를 거론하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핑계거리만 찾는다고 비춰질 수 있다.
미국 프로야구 등에서는 오심 방지를 위해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디오 판독 도입 요구가 늘고 있으나, 비디오 판독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디오 판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했으나,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발언하며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다. 야구 팬들의 불신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KBO의 오심논란에 대한 대응은 소비자 불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반면교사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문제가 있을 때 원인을 외부로 돌리거나, “인간이 하는 일인데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의 태도는 불만을 더욱 키울 뿐이다.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직접 서비스의 개선방안을 들고와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이 방안이 즉시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은 좋은 태도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할 경우에는 “새로운 개선안을 준비 중이며, 언제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 즉시 시행하기 힘들다는 변명이 한번은 통할 수 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면 소비자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KBO가 추후 비디오 판독이나 4심 합의 확대를 통해 오심을 실제로 줄이고, 이와 함께 소비자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그래서 관심거리다. 마지막까지 반면교사로만 남을지, 아니면 기업들에게 소비자 불만에 대한 긍정적인 교훈도 하나 정도는 남겨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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