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최근 극장에서 상영됐다. 흥행은 별로였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개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또 적지 않은 가톨릭 신자들은 별도의 공간에서 영화를 보며, 교황의 아름다운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감동을 맛보기도 했다. 그래선지 영화를 본 사람들 일부에서, 교황을 살아있는 성인으로 모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 모두가 다를 수 있고, 그게 더 자연스럽다. 특히 일면에 대한 인식을 근거로 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는, 다른 수준을 넘어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큐에서 보여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도, 냉정하게 돌아보면 다큐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된 일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다큐를 보고, 교황을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이들의 평가가 틀렸다고 주장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필자가 알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다른 일면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평가도 있을 수 있음을 전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상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교황은 악마를 실체라고 믿으며, 악령을 쫓는 퇴마사회를 격려하고 치하하기까지 했다. 2017년 가톨릭채널 TV2000과 가진 인터뷰에서 교황은 “악마는 안개나 공기 중에 퍼진 것이 아닌 개인”이라고 말했다. 철학·신학·이념적 개념이 아닌 ‘살아 돌아다니는 개인 중 누군가’가 악마라는 생각을 표명했다. 개인이 그런 생각을 갖는다면 사회적으로 문제되지 않겠지만, 13억명의 가톨릭 수장의 말이라면 사정이 매우 달라진다. 

과장된 비유일 수 있지만, 중세시대 만연했던 마녀사냥을 돌아보자. 1486년 초판이 발행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마녀를 심판하는 망치)’이란 책이 사달이었다. 가톨릭 수도자이며 신학자인 두명의 저자가 쓴 이 책은, 출간 이후 마녀를 식별하고 처단하는 기준이 됐다. 이후 이 책은 수백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죽음으로 이끈 단초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마녀사냥에서 연상되듯 요설과 궤변을 늘어놓은 저서도 아니다. 그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사상적 깊이와 지식의 방대함에 탄복하게 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아퀴나스뿐만 아니라 성경과 그 주해서 그리고 많은 기독교 저작물, 교회법령을 모두를 아울러 서술했다. 

여기에 역대 교황의 말씀까지 다루며 마녀의 본성과 그 처단에 대한 정당성, 재판절차 등을 촘촘히 설명했다. 특히 각종 교회법을 기초로 저술해 마녀나 이단자를 고문하거나, 그들에게 자백을 받는 과정에서 일선 재판관이 참조하는 지침서로서 탁월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역대 교황들은 물론이고, 종교 개혁가인 루터나 칼뱅도 마녀와 이단에 대한 심판과 처형 옹호론자였으며 심판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지도자의 신념은 커다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 있어야 한다. 유대인에 대한 루터의 폭력적 인식과 발언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파하는 악마론은 의도와 관계없이 마녀사냥 당시 가톨릭 주류가 가졌던 사고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살아 있는 개인 누군가가 악마일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교황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 대통령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자리지만 인격적으로 비천한 사람이 오를 수 있듯, 13억명을 대표하는 교황일지라도 비판적 견해를 배제하고 무조건적인 존중심을 보여서는 안될 일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사고가 옳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높은 자리도 없어야 하지만, 그 높은 자리에 대한 근거 없는 감성을 우리 내부에서 떨쳐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신동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