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자이언트 펭TV'의 펭수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년 새해를 맞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완전군장 20㎞ 행군으로 신년 결의’ 등의 제목으로 군인들이 행군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현역으로 복무해 행군이 얼마나 힘든 지 잘 아는 네티즌들의 탄식과 함께, 새해맞이 문화도 구태에서 벗어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사실 행군하는 사진은 올해가 아니라 2015년 당시 기사화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새해맞이 역시 변화의 대상이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 

새해맞이는 한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신년사를 발표하는 시무식을 통해 새해를 맞이한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리임에도 그 과정에서 구태가 느껴져, 목적달성이 어려워 보일 때가 적지 않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신년사를 영상으로 촬영해 이메일로 배포하는 신선한 시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또, 같은 강당 시무식이더라도 토크 콘서트의 형식을 빌어 대화와 토론이 오가는 신년사 자리를 마련한 기업들도 있다. 시무식이나 신년사 발표 대신 새해맞이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형식은 내용의 일부를 구성한다. 새로운 형식이 메시지에 신선함을 더한다는 점에서, 이런 기업들의 시도는 의미있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새해맞이를 준비하다보면, 형식보다 내용구성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업들의 신년사를 보면 대체로 미래에 대한 비전,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중시해야 할 가치들이 담겨 있다. 경제가 어렵다거나 시대가 변한다는 등의 현실인식을 전제로, 성공을 위해 어떤 변화를 하겠다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고객만족 등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는 내용이 필수적이다. 중요한 얘기지만, 이런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 사이에서 가치공유라는 목표를 달성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졸업식 축사의 전설로 남은, 미국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의 2011년 다트머스 대학 연설은 그런 의미에서 참고할 만하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대학을 막 졸업하는 이들에게 “또래 미국인의 92%만이 얻을 수 있는” 대학 졸업장이라며,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8%에 해당하는 “루저”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를 거론했다. 이 밖에도, 미국 사회의 현실을 거론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있는 표현들을 쏟아냈다.

반드시 유머를 담아야 좋은 신년사란 의미는 아니다. 또 멋진 신년사가 새해맞이의 전부도 아니다. 앞서 소개한대로 적잖은 기업들이 그저 매년 하는 형식적인 일로 치부하지 않고, 새해맞이에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조직의 활력을 추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