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자연의 모습을 표현해 ‘조선의 고갱’이라고도 불리는 이인성은 근현대 미술의 포문을 연 미술가 중 하나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서양화의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 일본에서 그림을 배워와 귀국, 꾸준한 전시와 수상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기에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이인성의 그림을 살펴보면, 소재와 색상 그리고 구성 능력이 탁월하게 좋았다. 이인성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주로 그렸으나,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조선미술전람회 수상작 ‘가을의 어느 날’의 상반신을 벗은 여인과 같이 다소 연출된 풍경을 그리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그림 소재로 미루어 보아 이인성은 향토성을 강조한 미술가라고도 한다.

특히 이인성은 붉은 계열의 색상을 매우 잘 사용했다. 그의 초기작에서 살펴볼 수 있는 황톳빛 풍경을 비롯, 중기 이후에는 하늘 혹은 바다의 푸른색과 대비를 강조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그의 그림에서는 구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역동성과 사물의 표현에서 활용되는 곡선 그리고 유화 작품에서 돋보이는 붓 터치에서 운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필력이 그의 특징이다.

‘사과나무’, 1942, 캔버스에 유채, 91×116.5cm.<출처=대구시립미술관>

이인성은 꽃을 좋아해 집에 늘 꽃이 있었으며 자주 그리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이유’는 직선의 화병에 꽃을 표현한 작품인데, 곡선의 유려함이 리듬감을 형성하며 화면에서 뻗어나가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수채화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붓 터치를 강조하고 있다. ‘사과나무’라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탐스러운 사과와 나뭇가지들의 형상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이인성의 그림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 힘이 지닌 충만함이 원시적 에너지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그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소재들의 특징에 기인할 수도 있으나, 그것 이상으로 그림에서는 힘이 느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보아 이인성 그림의 특징을 향토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이인성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화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려웠던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 진학에 실패했고, 대구미술인협회에서 수채화를 배워 16살에 세계 아동미술전람회에 출품, 특선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계기로 이인성은 수많은 미술전람회에 지원했고 수상했다. 1929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입선하며 그의 수상기록은 시작됐다.

오늘날처럼 그림을 전시할만한 공간이 많지 않았고, 그의 미술활동을 격려해 줄 집안의 후원 역시 전무하던 터라 각종 미술대회의 수상은 그에게 사회적으로 미술가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유일한 길이었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태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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