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국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인데, 불공정 관행을 통해 부당이득을 탐내다가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제재를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하는 구글에 서비스 중도해지 제한, 서비스 이용요금과 철회권 행사방법 미고지 등을 이유로 과징금 8억67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무료체험 가입 후 명시적인 동의절차 없이 유료서비스 가입으로 간주한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방통위에 따르면,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월단위 결제기간 중도에 이용자가 해지를 신청한 경우, 즉시 해지를 처리하지 않고 다음달 결제일이 돼서야 해지 효력을 발생토록 하며, 해지 신청 후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그 기간에 대해 요금을 환불하지 않았다.

또한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문구를 노출했으나, 언제든지 가능한 것은 단지 ‘취소 신청’일 뿐이고 이용자가 ‘취소 신청’을 해도 곧바로 취소 처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객에게 서비스 중도해지를 제한하고, 서비스 이용요금과 철회권 행사방법을 고지하지 않아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자료=유튜브 프리미엄 초기화면 캡쳐>

앞서 16일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토록 했다. 고객의 동의없이 요금 변경 내용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조항, 회원의 책임없는 사고(계정 해킹 등)에 대해 회원에게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한 조항, 회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조항 등이 시정대상이었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글로벌 온라인 공룡임과 동시에, 구독경제의 선두주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말기’와 ‘소유’라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두 개념이 ‘온라인’과 ‘구독’으로 대체되는 시기에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에 큰 기여를 한 기업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혁신의 배경에 부당이득 추구가 있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구글은 방통위 심의과정에서 구독경제의 업계 관행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온라인 기업이 구글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법령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불공정약관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가 소비자들에게 구독경제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구글이 고려할 사항이다. “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는 유명한 비공식모토가 구글에 대한 조롱이 된지도 오래지만, 그래도 구글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라면서 저 구호를 다시금 꺼내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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