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신당 천정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 의원 등은 29일 ‘국민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입법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윤경식 법무부 국가송무과 행정사무관(변호사)은,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 의원 등이 29일 공동주최한 ‘국민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입법 심포지엄’에서 “국민은 헌법 제38조에 따라 성실하게 납세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만, 위법한 재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국민은 평생 벌어도 만져보지 못할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낭비하거나 권력자와 비선실세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함부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현행법상으로는 국민이 직접 소송을 통해 해당 재정행위의 효력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면서, 국민소송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사무관은 “재정의 부실관리, 조달과정에서의 부패, 의료보험금 과다허위청구, 사회간접자본의 부실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위법행위와 재정누수는 사회의 통합적 발전에 치명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국민소송법이 도입되면 국민은 공정성이 담보되는 법정 절차를 통해 재정의 투명성을 감시할 수 있게 되고, 행정주체는 소송제기를 의식해 재정을 보다 더 투명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공익은 분산된 사회적 이익으로 구성원 개개인에게 분산돼 존재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특성이 있고 항고 소송에서 원고적격의 사유가 되는 법률상 이익 침해에 해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민소송은 재정행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원고적격을 크게 확대시킴으로써 정부의 공익보호 능력과 기존의 소송 및 재정통제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윤 변호사의 견해다.

이와함께 국민소송제도는 국민감시를 통해 감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감시기관이나 사법기관은 재정집행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떨어져 있어 정보가 부족하고 인력의 제한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감시능력에 한계가 있다. 국민소송이 도입되면 실제 재정지출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근무하거나 생활하는 다수의 국민이 감시자가 돼, 기존의 감사방법이나 처벌절차와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하게 된다. 감시자가 대폭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부패에 대한 감시능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감시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윤 사무관은 “국민소송 존재 자체로도 일정 부분 위법한 재정행위에 대한 억제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국민소송제도가 대표적인 공익소송이자 행정소송의 중요한 한 유형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소송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주장하는 남소 문제와, 기존 행정소송 제도와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보다 섬세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예산환수 청구 등 해외에서는 재정주권 보장=미국에서는 주(州)나 지방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납세자가 다툴 수 있는 ‘납세자 소송제도’, 연방정부를 상대로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손해를 끼친 자에 대해 국민이 직접 예산 환수를 청구하는 ‘허위청구방지소송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재무회계행위에 대해 주민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주민소송제도’가 활성화 돼 있어 국민들의 재정주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민소송제도 도입 논의가 지속됐지만, 현행법에서는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2005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자체의 재정행위에 대해서는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돼 시행중이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이 발의한 ‘위법한 재정행위에 대한 국민소송법안’,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납세자소송에 관한 특별법안’, 박주민 의원의 ‘재정민주화를 위한 국민소송법안’ 등 2건이 발의돼 계류중이다. 국회에 발의된 3건의 의원안에 대해 법무부는 대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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