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비디오 아트 7090:시간 이미지 장치’를 오는 5월3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전시한다. 전시의 부제인 ‘시간 이미지 장치’는 시간성, 행위, 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1970년대,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을 다룬 1980~90년대, 영상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한 1990년대 후반 싱글채널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세대별 특성과 변화를 아우른다.

이 전시는 1970~90년대 한국의 비디오 아트가 태동된 이후 어떤 방식으로 전개됐는지 조망해보는 자리다. 김구림, 박현기, 육근병, 김수자 등 국내의 대표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60여명의 작품 130여점이 소개된다. 특히, 육근병의 ‘풍경소리+터를 위한 눈’과 문주의 ‘시간의 바다’ 등 1980~90년대 중요 작품을 재제작하고 한국 비디오 아트의 독자성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박현기, ‘Untitled’, 1979, Stone and monitor, 120×260×260cm, MMCA Collection.<이미지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특히 박현기에서부터 한국의 비디오 아트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돌과 모니터를 중첩시키는 등 자연물을 촬영한 비디오 영상과 실제 자연물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실재와 환영, 실재와 재현의 문제에 주목하며 한국적 비디오 아트의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

1987년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확대 및 과학기술진흥정책 등과 맞물려 비디오 아트는 새로운 시대의 자유로운 감수성을 표현하는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탈 평면, 탈 장르, 탈 모더니즘’이 한국 현대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 이 시기에는 조각이나 설치에 영상이 개입되는 장치적 성격의 비디오 조각, 비디오 설치가 주류를 이뤘는데, 이는 당시 소그룹 미술운동 작가들이 선보인 ‘탈 평면을 표방하며 혼합매체와 설치, 오브제 등을 조각과 설치 작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작품들의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탈 장르, 혼합매체,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 속에서 ‘비디오 조각’은 1980년대 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여러 개의 텔레비전 수상기를 오브제처럼 쌓거나 중첩시키는 비디오 조각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난다. 조각의 물리적 움직임과 영상의 무빙 이미지가 결합된 ‘키네틱 비디오 조각’이 바로 그것이다. ‘대중소비문화’는 사회뿐만 아니라 순수문화예술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순수미술과 대중예술 사이의 혼종, 협업 등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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