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초자산제’, 올 4·15총선에 앞서 정의당이 제시한 제1호 공약이다. 만 20세가 되는 청년 모두에게 3000만원씩 출발자산을 국가가 지급하고, 아동 양육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에게는 최대 5000만원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포퓰리즘’에 더해 ‘허무맹랑한 공약’이란 비난과 함께 18조원이 든다면서 예산타령부터 해댄다. ‘헬조선’에서 하루하루를 생존해야 하는 청년의 고통에 관심조차 없는 자유한국당 논평이다. 상속증여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강화, 부유세 신설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니 쓸데없는 걱정 거두시라. 상속세를 깎아주고, 종합부동산세도 무력화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청년기초자산제가 ‘허무맹랑’하다. 

심상정 대표가 말했다.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수많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 삶의 전망을 열지 못하고 희망 없이 살게 한다면, 그 자체가 희망 없는 사회”라고. 그래서 엄마·아빠 찬스를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우리 공동체가 함께 찬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의를 받드는 대중정당이라면, 이런 정도의 정치적 상상력과 함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무료 공공 와이파이(WiFi) 확대’, 민주당이 민생이슈라면서 내건 제1호 공약이다. ‘정권심판론’보다 ‘보수야당심판론’ 득세했다고, 안일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계층간 극단적인 양극화와 대·중소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기업은 살찌고 가계살림은 쪼그라드는데, 집권여당의 총선공약 제1호가 와이파이다.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특정 계층을 뛰어넘는 생활밀착형 공약’이란 말도 덧붙였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모두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이들 ‘특정 계층’을 뛰어넘어 누구랑 연대해 재벌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재벌대기업 횡포로 벼랑 끝에 선 영세 중소기업을 버리고, 몇몇 유니콘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과 함께 우리사회 극단적인 불평등을 보다 공고히 다질 요량인가. 민주당의 제2호 공약, ‘벤처 4대 강국 실현 방안’은 그래서 나왔나. 

민주당은 복수의결권 허용을 통해 벤처 창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을 현재 11개에서 30개로 늘린다고 했다. ‘벤처 4대 강국’ 구호도 그렇지만, 실현방안 또한 뜬구름 잡기다. 창업주 주식에 다수의 의결권을 인정해, 경영권을 보장하는 것과 벤처 창업 활성화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벤처 창업 생태계가 파괴된 이유는 기술탈취, 단가후려치기 등 관행화된 대기업 갑질을 없애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직·종속적인 원하청구조를 수평·대등한 구조로 바꾸지 않는 한, 복수의결권 허용은 ‘새끼’ 재벌만 양산될 뿐이다. 유니콘기업의 선두주자라고 정부조차 치켜세웠던 배달의민족 창업주의 행태를 보라. 유니콘기업으로 키워준 ‘배민라이더’ 등 노동자를 등쳐 창업주만 수조원대 자산가가 됐다.  

‘와이파이’와 ‘벤처 4대 강국’. 민주당의 1, 2호 공약 모두, 서민·대중이어서 겪어야 하는 아픔을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상위 10% 종합소득 평균은 2억2600만원으로 하위 10% 평균 116만원의 194배에 달했다. 근로소득 역시 상하위 10%가 50.7배 격차를 보였다(2017년 귀속분 종합·근로 소득). 소득격차만 이 정도다. 토지·주택과 금융 등 자산격차까지 고려하면, ‘계층간 불평등’이란 표현은 실상을 호도하는 수단이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국민 100명 중 10명이 모두를 가졌고, 가진 자 10명 중에서도 1명이 대부분을 소유했다는 게 진실이다. 

‘극단적인’이란 수식어를 중복 또 중복해 붙여야 할 만큼의 사회적 불평등이다.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새벽부터 밤까지 쉼없이 일한다고, 완화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장과 생산물시장에서 1차적 분배구조 그리고 조세와 복지정책 등 2차적 분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애초부터 불평등한 사회에서 공정이 존재할 수 없고,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서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민주당의 제2호 공약인 ‘벤처 4대 강국’으로 가기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사회적 불평등 문제 해결이다. 집권여당이 와이파이나 얘기하고 있을만큼 한가로운 시절이 아니다. 

정의당의 2호, 3호 공약은 ‘서민주거안정법+다주택자 투기끝장법’과 ‘최고임금제’ 도입이다. 2, 3호 공약 모두 한국사회 불평등을 치유하기 위한 해법이다. 2호 공약을 통해 최소 9년간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고, 보유세율 인상 등을 통해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통해 자산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3호 공약인 살찐 고양이법을 통해 국회의원·공공기관·민간기업 CEO의 임금을 각각 최저임금의 5배, 7배, 30배로 제한했다. 소득격차를 완화할 획기적인 수단이다.

정의당의 1, 2, 3호 총선 공약에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우리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고민의 흔적이 담겼다. 그리고 각각의 공약 모두에서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1, 2호 공약에는 서민·대중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의 1, 2호 공약 저작권을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등 극우정당으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서민·대중, 중소기업,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던 그 민주당은 어디로 갔나. 

민주당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에 계층간, 대·중소기업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남성과 여성간, 청년과 장년(고령자)간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가. 만약 불평등하다고 답할 거라면 1, 2호 공약 모두 당장 폐기하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약을 다시 작성하기 전에 정의당에서 가서 배워라. 민주당이 정의당의 1000분의 1이라도 따라갔으면 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