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Not In My Back Yard)’ 혹은 ‘임피(Yes In My Front Yard)’. 자신에게 이익을 줄 법한 시설은 적극 나서 유치를 하지만, 반대로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제 아무리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강하게 반발을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한 사안을 두고 어떤 곳에서 환영하고 있지만 또 한쪽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님비와 임피의 대상이 비단 공공기관에 머물지 않는다. 경기도 남부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용인시와 안성시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반도체 사업)을 두고 최근 시끌시끌하다.

이 사업은 향후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되는 세계 최대 규모로, 용인시는 지난해 유치를 확정한 이후 미래 먹거리 산업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반기고 있다. 당시 유치전에는 용인시 뿐만 아니라 전국 10여개 자치단체가 나설 만큼 치열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원하고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용인시가 최종 낙점됐다. 용인시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으며, 시민들 역시 기대의 목소리를 냈다. 용인시가 나서 유치전을 펼친 전형적인 임피 현상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언뜻 유치 당시 경쟁을 펼쳤던 자치단체가 아닐까 여길 수 있다. 물론 선정 직후 일부 자치단체는 ‘용인시 유치’는 ‘지방 말살’이라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잠깐이었다.

반도체 사업 수용 예정지역 토지주와 원삼면 일부 주민 항의도 이어졌다.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강한 반발도 있지만, 산업단지에 편입된 주거지역 제척, 환경영향평가의 적절성, 토지주나 주민들을 위한 적절한 보상 계획 등에 대한 문의가 뒤따랐다.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반대라기보다는 해결책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지가 더 느껴진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둘러싸고 최근 시끌시끌하다. 이웃한 안성시와 용인시가 ‘우리 시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진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 SK하이닉스 부스. <사진=뉴시스>

최근에는 용인시와 이웃한 안성시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오는 4월 21대 총선(공교롭게도 안성시는 이번 총선에 맞춰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시장 재선거가 이뤄진다)와 맞물려, 이에 대한 반발은 조직화 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도체 사업 부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고삼면이 ‘안성발 반발’의 진원지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인근에 위치한 저수지로 오폐수 유입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득은 용인시민이 보고 안성시민은 피해만 남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안성의 대표 지역신문인 ‘시사안성’은 지난달 21일 안성시 고삼면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고삼면 친환경 농업인들은 “SK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반도체공장 폐수 방류를 결사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오폐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총선과 함께 시장 재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들 역시 이 점을 부각시키며, “안성시민의 생존권을 짓밟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동력을 잃게 하는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까지 언급하고 있다.

120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유치한 용인시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래 먹거리 산업을 확보했다’며 관련 부서까지 신설해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반면 ‘시민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안성시 역시도 이 점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치단체 간 미묘한 대립 양상이 불가피해 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두고 인접한 도시간 갈등은 제법 있어왔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부분 봉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공식에 기업이란 변수가 추가될 경우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자본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이윤을 더 남기는 것을 불법이 아닌 이상 막지 못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긴다면 최소한 행정기관은 기업 입장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안성시와 용인시가 ‘우리 시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진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다. 하지만 기업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이석희 사장은 홈페이지 ‘CEO 메시지’를 통해 “SK하이닉스를 믿고 함께 해주시는 주주와 고객 협력사, 정부와 주민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런데 강조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용인시민도 안성시민도 모두 주민인 사람이라는 것을.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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