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자신의 재산을 교회에 기부하겠다고 해서 말린 적이 있었다.

그는 생활비를 아끼고, 친구들에게 구두쇠 소리를 들으며 재산을 모았다. 그런데 아이들도 컸고 자신을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 없다고 했다. 집 한 채와 노후 생활비 약간을 남기고, 나머지는 평소 존경하는 목사님에게 드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말했다. 

친구의 생각은 모범적이고 아름다웠지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왜, 친구는 어려운 이웃을 직접 도우려 하지 않을까? 친구들 만나면 밥을 사고, 막걸리 한잔 사는 일에서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나이 들고 생활이 어려워 교통비나 병원비가 아쉬운 친구들도 많다. 그들에게는 인색하면서, 그렇게 모은 돈으로 누군지 모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한꺼번에 몰아서 의식을 치르듯 해서는 안되는 일인 것 같다.

평소 국제기구를 통해 불우한 아동을 후원하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는 가까운 곳에 동네 슈퍼마켓이 있지만, 대형할인점을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생활용품을 구매한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싸게 사기 위한 일이다.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동네상권이 어려워 폐업하는 상점이 적지 않다. 동네주민이 가게를 닫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행위, 다시한번 생각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웃을 돕는 일은 늘 실천할 수 있고,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 한꺼번에 몰아서 마음의 짐을 더는 의식이 돼서는 안된다. 음식점에서 직원 존중하기. 집 주변 슈퍼에서 쇼핑하기. 친구에게 밥 사기. 택배기사에게 감사인사 하기. 가족과 자주 외식하기. 집 주변 서점에서 책 사기. 옆집에 떡 돌리기 등 등. 우리 일상에서 늘 행하는 작은 행위들이 이웃을 기쁘게 하고, 나 자신의 행복도 커지게 한다.

이웃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마음의 짐을 더는 행위, 천국을 예비하는 큰 결단으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나를 존중하고 내 가족을 보살피고, 내 친구들을 돌보고 내 이웃을 살아가게 하는 일상적인 일들에서 출발해야한다. 하나의 큰 결단으로 이웃을 돕는 일은 여전히 아름답다. 하지만 사소한 일상의 작은 배려가 빠진다면, 그저 하나의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나는 친구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 친구는 결국 목사님에게 자신의 재산을 드렸고, 앞으로 스스로에게나 친구들에게 더 검소하고 인색하게 살아야한다. 안타깝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신동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