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를 생산·납품하는 하청업체와 납품받은 부품·소재를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 원청업체로 구성된 수직·종속적 원하청구조. 전속거래를 고착화시킨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전속거래 탓에 일본·독일 등 중소기업 강국과 달리 한국의 하도급 중소기업은 원청업체 이외 국내외 다른 대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 특정 대기업의 처분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없고, 새로운 시장개척도 불가능하다. 

대기업의 경쟁력 또한 부품·소재의 저가공급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납품대금 인하가 수시로 일어난다. 불공정한 거래조건은 중소기업의 임금지급 여력을 떨어뜨려, 중소기업 노동자의 저임금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전속거래구조 개혁해야 부품·소재 산업 육성 가능

김남근 변호사는 “한국의 부품·소재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게 독자적인 부품·소재 시장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대기업에만 납품하도록 하는 전속거래구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속거래구조의 개혁은 독과점 산업구조를 개선해 경쟁체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는 길이다. 소비자들의 후생을 높이는 공정경제 정책이기도 하다.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려면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전속거래를 강요당하지 않으며, 원청업체 이외 국내외 대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게 김남근 변호사의 주장이다. 또 전속거래에서 흔히 발생하는 원청업체의 기술탈취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제도적인 방안도 마련돼야한다고 했다. 

中企 공동협업 통해 4차산업혁명 주체로

김 변호사는 또 종소·중견 기업이 신산업에 진출하고, 공동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을 4차산업혁명의 주체로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기준 정부 R&D예산 중 중소기업 R&D지원금이 2조8000억원, 대기업 R&D지원금은 1조2000억원이다. 김 변호사는 대기업의 R&D지원을 축소하고, 대신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2014년 기준 정부 R&D예산 중 79.4%를 차지하는 산업지원 국책연구기관 지원예산 일부를 돌려,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위해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드론·무인자동차·빅데이터·의료(신약)·로봇 등 신성장동력 육성 및 추진 방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벌대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이유로 포괄적인 규제완화와 정책지원을 요구했고, 정부는 이들 기업이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신산업분야에서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 변호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소기업 컨소시엄이나 중소기업단체,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을 통한 협업과 경쟁으로 신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중소기업단체 공동행위 적극 인가해야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정시장 조성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중소기업단체가 대기업을 상생협약을 맺고, 이익공유제·성과공유제를 시행할 수 있어야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주요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공동기술 개발·공동투자·공동교섭·공동브랜드 가격 등 중소기업단체들의 다양한 공동행위도 보장돼야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거래위원회 인가를 받으면 중소기업단체와 대기업 간 납품대금 공동교섭이 가능하지만(공정거래법 제19조), 김 변호사에 따르면 공정위가 이러한 인가를 한 예는 한 건도 없었다. 

김 변호사는 “독일이나 일본 등 중소기업 강국처럼 중소상공인단체가 거래조건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행위는 담합행위에서 제외해, 중소상공인단체가 대기업에 대한 공동교섭·공동브랜드 사용·공동가격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동행동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