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봉준호 감독 배출을 위해 대기업의 영화배급과 상영 겸업을 금지해야한다는 선언에 영화인 1325명이 동참했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은 영화인들이 참여한 서명운동 결과를 26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보도자료 배포로 대신했다. 

준비모임은 영화인 59명에게 1차서명을 받고, 2월17일부터 25일까지 각계각층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1차서명에는 문성근·문소리·안성기·이범수·정우성 등 연기자와 이창동·임권택·임순례·정지영 등 감독 등이 참여했다. 이외 시나리오 작가와 촬영진, 영화제 관계자와 평론가, 학계와 제작자들도 서명했다. 

대기업의 영화배급과 상영 겸업 제한에 대해 준비모임은 “CJ·롯데·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3사는 현재 한국의 극장입장료 매출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3사는 배급업을 겸하면서, 한국영화 배급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며 “봉준호 감독이 성장해가던 2000년대 초중반과는 판이하게 다른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극장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부율을 조정하고, 무료초대권을 남발해 영화매출을 갉아먹고, 상영관내 상품광고수익을 독식하고,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광고홍보비를 배급사에 떠넘기는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장 부율이란 입장권 수익을 투자·제작사와 영화관이 나누는 비율을 말한다.

아울러, 과거에는 배급사가 극장들을 견제하면서 이익을 남기고, 이 돈이 영화제작으로 환원됐는데 “상영과 배급을 겸업하는 그룹 차원에서는 극장체인이 더 많은 돈을 벌도록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불공정한 악순환이 지속되고 “미래의 봉준호들이 반지하를 탈출하는데 쓰일 자금이 착착 극장으로 흡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1948년 배급과 상영업 겸업이 금지돼, 지금까지도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겸업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 역시 겸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게 준비모임의 주장이다.

예컨대 “배급업을 겸하는 극장체인은 일정 시장점유율 이상의 극장을 경영할 수 없도록”하면, 배급사는 극장의 폭주를 막을 수 있고, 극장은 다양한 관객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얘기다. 

동시에 특정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를 각 정당에 요구하고, 21대 국회에서 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