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에서 횡령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한달간에 걸쳐 고객 돈 1억원 가량을 빼돌려 마치 자기 돈처럼 탕진했다. 이 직원이 고객 돈을 빼낸 사실은 지점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았고 한달여가 지난 후 본점 감사에서 적발됐다. 신한은행은 이 직원이 돈을 모두 갚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KB국민은행 한 지점에서 일하는 팀장급 직원이 관리하던 친인척 자금 24억여원이 사라져 은행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직원의 친인척들은 돈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돈의 행방은 묘연하다. 국민은행 또 다른 지점에서는 한 직원이 1조원 규모의 예금입금증 등을 위조, 부동산개발업자에게 발급해줬다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에서는 직원이 국민주택채권 9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은행은 고객 자산보호가 생명이다. 믿고 맡긴 은행에서 이처럼 믿기 어려운 횡령사건 등이 터져 나오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허술함과 부실함을 또 한번 보여줬다. 그러잖아도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대량유출사고와 해외지점 부당대출, 정치인 계좌 불법조회 등으로 국민들의 불신은 팽배해 질만큼 팽배해져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상시 감시시스템을 통해 문제점이 감지되면 불시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그 정도 대책으로 땅에 떨어진 은행들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지 의문이다. 사고가 터져나올 때마다 나왔던 구태의연한 방안인데다, 이익만을 쫓아 온 은행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수술과 패러다임 전환없이는 고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한 금융관련 세미나에서 한 연자가 “현재 상업 금융회사는 국민들의 높은 공공성·공익성 요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발언을 은행들과 금융당국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회복은 요원해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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