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과 중국간 무역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 2018년 7월 이래로 18개월간 이어온 보복관세 전쟁이 일단 봉합됐으니 긍정적이라는 시각과,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개최한 2020 통상환경 대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이혜민 겸임교수는 “종전 보다는 휴전”이라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뒀다.

 

먼저 기존의 관세조치가 철폐된 게 아니라는 점이 첫 번째 문제다. 미국이 예정했던 추가관세 조치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 일부를 낮추기로 했으나,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되는 25%의 관세는 계속 유지된다.

 

둘째로, 미중 양측이 “1단계 협정 타결”이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2단계 협정이 언제 체결될 것인지, 3차나 4차는 있을 것인지, 기존의 관세철폐는 어느 단계에서 이뤄질 것인지 등은 아직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으나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혜민 교수는 1단계 협정의 이행과정에서 장기적으로는 관세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2020년 통상환경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이혜민 겸임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1단계 협정 타결을 “종전보다 휴전”이라고 평가했다.   ©중기이코노미

미국이

이혜민 교수는 미국이 WTO 개혁을 추진 중이며,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자체제의 향배가 걸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진 중인 WTO 개혁에는 WTO 회원국의 분류방안 개선도 있다. 경제규모가 성장했지만, WTO 회원국 분류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권리는 남용하는 국가가 있다는 불만이다.

2019년에는 WTO 개도국 지위를 인정해서는 안되는 4가지 기준을 WTO에 제출했다. OECD 회원국, G20 회원국, 세계은행의 국민평균소득 기준 분류상 고소득국가, 세계 무역량 0.5% 이상 차지 국가 등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할 경우 WTO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브라질,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레이트 등이 2019년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 해당국가가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일방적으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밝힌 탓이다.

네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한국 역시 2019년 10월, “첫째,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에, 둘째,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미래에 개도국 지위를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혜민 교수는 미국과 EU, 일본이 WTO 보조금 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동향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에도 녹록하지 않은 통상환경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현명하게 활로를 찾아 나가야 할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