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문제에 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접 사과를 권고했다. 일부 언론은 재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과한 요구라거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평가가 단지 평론가의 시각일지, 혹 삼성의 의지가 담긴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향후 행보를 판가름할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법원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구심을 표하며 준법감시위 해체와 위원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사진=경실련>

경영진에게 준법경영 의지를 공표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논란거리인지 의문이다. 준법감시기구 특성상 당연한 임무 중 하나여서다. 내용과 형식 모두 기업에 이익이 될 만한 틀 안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이런 판단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만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를 ‘재판 형량 낮추기’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면, 이런 권고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진의가 그렇다면, 어떤 말로 감추더라도 진심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반대로 준법경영 의지가 진심이라면, 권고안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조치가 나와야한다.

참여연대는 준법감시위의 권고안에 대한 논평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그간의 불법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 제대로 된 처벌을 받고, 부당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국민연금 등 주주들에게 배상을 하는 것은 물론, 이사회 등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앞장서 다시는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법감시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준법감시위는 항소심 재판부 주문에 따라 삼성그룹이 지난 1월 구성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7명의 위원 중 6명이 외부인사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언론인 출신, 학계와 법률가 등이 참여했다. 그럼에도 시작부터 형량 낮추기를 위한 명분이란 의혹이 따라붙었다. 경실련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삼성에 준법감시위 해체를 요구하고, 위원들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급조된 준법감시위 설치가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꿰맞추기”라고 비판도 덧붙였다.

준법감시위도 면죄부 논란을 의심해서인지 “위원회 활동과 총수 형사재판 관련성 논란과 관련하여, 위원회가 본연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관계사 모두가 위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여 공표할 것”을 권고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말보다, 의지를 확고히 담은 구체적인 행동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임직원 시민단체 후원금 사찰…삼성의 사과
• 관련기사 ㅣ 경실련 “삼성 준법감시위 즉각 해체해야”
• 관련기사 ㅣ 소액주주들, 삼성물산·이재용 상대로 소송 제기
• 관련기사 ㅣ 이재용 파기환송심, “법관과 재벌 유착 아닌가”
• 관련기사 ㅣ “삼성 준법위 이재용 면죄부로 이용, 안돼”
• 관련기사 ㅣ “이재용 재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따져야 한다”
• 관련기사 ㅣ 삼성 ‘준법실천 서약’, 이재용 서명하지 않았다
• 관련기사 ㅣ 삼성 ‘무노조경영’ 폐기, 이재용 스스로 말해야
• 관련기사 ㅣ “삼바 회계사기, 이재용 소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