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한 기업들은 여러 단계의 조정 과정을 거치며 최초산정 금액의 절반이 안되는 과징금을 최종적으로 부과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7일 발간한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과현황 분석’ 자료를 통해, 최종 과징금 총액이 최초산정액의 절반에 미치지 않고, 감면 또는 가중 사유와 그 정도도 합리성을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는 2011~2013년 중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781개사(중복 포함)를 대상으로 부과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최종 과징금 총액은 2조3256억원으로 최초산정 과징금 기준액 4조8923억원의 47.53%에 불과했다. 절반을 넘는 52.46%를 감면받은 것이다.

더욱이 이 수치는 공정위 의결서 기준으로 계산된 것으로 의결서에 기록되지 않은 자진신고자 감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할 경우 감면비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예상이다.

연구소는 50%가 넘는 감면비율보다 ‘감면 사유의 타당성’ 여부에 우려를 표했다. 공정위의 합리적 판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위반행위의 중요성 정도 및 그에 따른 부과기준율 결정의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1차조정, 2차조정, 부과과징금 결정 등의 각 단계에서 각종 감면사유를 적용한 것이 과연 타당한 판단이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 연구소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공정위 판단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없어 자의적 재량권 행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는 공정위에 대한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공정위 의결서에 과징금 부과 근거를 보다 상세히 기재하고 ▲감면·가중 사유와 정도가 적정한지 재검토하고 ▲공정위 독립성 강화를 위해 각 위원들의 국민대표성을 확보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과징금 부과 대상 총 781개사 중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가 520개사(66.58%)로 가장 많았다. ‘중대한 위반행위’도 237개사(30.35%)를 차지했다. 부당 공동행위 및 불공정 거래행위 등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정통적 경쟁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제재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연구소는 평가했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총 740건이 과징금을 감면받은 것이 눈에 띈다. 이를 통해 과징금이 감면된 회사는 총 656개사로 전체 대상 회사의 83.99%에 해당된다. 감면 사유로는 ‘종합적 판단’이 30.4%로 가장 많았고, 기업의 부담 능력, 사업여건 및 시장상황, 재무상황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종합적 판단’이 감경사유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자의적 판단의 개입 가능성을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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