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관련 시설투자 등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대기업과 달리,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유해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관련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 마련과 함께 속도 조절을 요구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업계와 협의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으며, 보편적인 불합리가 아닌 일부 사업장만을 위한 개선은 어렵다고 밝혔다.

유해화학물질 쳬계적으로 관리하려는 ‘화관법’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2013년 정부는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제정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을 강화해 유해물질 유출사고를 예방하고, 유해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된 화관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다음과 같은 영업허가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장외영향평가·위해관리계획서 제출 ▲취급시설 기준 준수 및 검사 ▲기술인력 확보 등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7월 실시한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행하기 어려운 영업허가 조건으로 ‘장외영향평가서·위해관리계획서 제출(51.7%)’, ‘취급시설 설치·검사(32.2%)’, ‘기술인력 확보 필요(10.3%)’ 등을 꼽았다.

화관법 규제 완화 vs 업계 요구 반영해 이미 개선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 등 제출 서류가 복잡하고, 서류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전담 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컨설팅업체에 의뢰할 수밖에 없는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의 요구에 따라 최근 환경부가 화관법을 개정했다. 사업장이 각각 제출했던 장외영향평가서(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와 위해관리계획서(사고대비물질 취급사업장)를 ‘화학사고 예방관리 계획서’로 통합해 심사절차를 일원화했다. 또 전문가를 사업장에 파견해 취급시설 설치진단, 장외영향평가서 작성진단, 안전교육 지원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환경부 대책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전에도 정부에서 파견하는 여러 컨설팅사업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안됐다며, 현장의 요구는 직접적인 자금지원이라고 말했다. 화학사고 예방관리 계획서를 통한 심사절차 일원화 역시 실무에서는 큰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얘기는 다르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화학사고 예방관리 계획서’ 통합을 통한 심사절차 일원화는 중소기업 입장을 반영해 개선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업장을 100% 만족시키려면 법 자체가 존재하지 못하고, 제도개선으로 혜택을 보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중기중앙회와 회의 등을 통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380여개 업종 사업체가 제기한 공통의 불합리한 문제는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先가동·後허가 요구 vs 위해화학물질 특성상 불가

관련업계는 투자여력이 부족해 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 비용이나 저감설비 구축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염색업체의 경우 주로 가내수공업 형태로 직원은 5명 미만이다. 이들 기업은 월 매출액 3000만원 이하, 영업이익은 1% 미만으로 규제를 지키기 위해 추가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화관법 시행규칙 제29조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영업 변경허가(신고)가 필요한 경우, 취급시설 변경이 있다면 변경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적합판정을 받은 설치검사 결과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한다. 그러나 설치검사 신청 후 결과서 수령까지 최소 1개월에서 6개월 이상이 소요돼, 검사결과 수령 전까지는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이에따라 업계는 유해화학물질 품목 및 용량 추가시, 공장 가동이 지연되지 않도록 선(先)가동 후(後)허가가 가능한 ‘가동개시신고제도’ 신설을 요구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대기환경보전법에는 ‘가동개시신고제도’가 있어, 사전 신고를 하고 나중에 결과서를 제출한다. 같은 제도를 화관법에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위해화학물질의 특성상 선(先)가동 후(後)허가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위해화학물질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위험이라기보다는 염산이나 불산과 같이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까지 한순간에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고, 알려지지 않은 위해물질도 많은 만큼,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 사용되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설치검사 신청 후 결과서 수령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린다는 주장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향후 협의를 통해 개선책을 찾겠다”고 했다.

영업허가 면제기준이 보편적인 불합리인지 검토 필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8일 환경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환경규제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중기중앙회>

화관법 제정 이후 업계는 영업허가 면제 기준 강화와 함께 유해화학물질관리자 기술인력 선임 의무와 안전교육 이수 및 각종 제출서류 의무 등이 더해짐에 따라 경제적·행정적 부담도 가중됐다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업계는 영업허가 면제 기준을 현행 100㎏에서 환경부 고시 ‘유해화학물질별 소량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른 200㎏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한다.

면제기준 완화 요구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나오는 얘기지만, 이 사안이 보편적인 불합리인지 우선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고, 공론화를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기술인력 인정기준 완화 vs 사업장 당 1명은 필수

이와함께 관련업계는 기술인력 인정기준 완화도 요구한다. 현행법상 유해화학물질 영업을 하려는 자는 기술인력 1명을 고용해야한다. 기술인력은 화공·가스·산업안전 등 안전과 관련한 기능장·기사·산업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를 말한다. 다만, 종업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023년까지 기간을 한정해 화학물질안전원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를 기술인력으로 인정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소규모 기업을 기피하는 상황이어서, 회사 대표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지만, 대표들의 연령대가 60~70대인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행 30인 미만에서 50인 미만으로 기술인력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2023년까지 한시적 인정기간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다.

2023년 한시적 인정기간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와 협의를 거쳐 정해진 것”이라며, “아직 해당 조항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지 않았고, 시간이 있는 만큼 답을 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기술인력 인정기준 완화 요구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미 불산 사고 당시 불산의 끓는 점, 터지는 성질 등 물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직원이 현장에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라며, “사업장에 한명이라도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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