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유명한 명언이다.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것은 이미 고대부터 이어져온 인간이 갖게 되는 가장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물음 중 하나다. 하지만 과잉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 물음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흔히 망각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 자신의 ‘존재’,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을 끌어내 시각화하는 작가가 있다. 이상을 향하는 매개체로 ‘소,녀’ 안에 자신과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 장수지를 만나보자.

Q. 독자분들께 간단히 자신의 소개를 해 달라

저는 장지와 혼합재료를 통해 자화상 작업을 하는 작가 장수지입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면

저는 2008년 전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제 작업은 자아를 ‘소,녀’에 투영해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 작업입니다.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안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누구에게나 불안의 감정은 존재하잖아요. 저는 이 불안들을 과거의 회귀나 이상의 세계를 통해 현재를 위로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녀’를 통해 개인적인 자화상이자 보편적인 자화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인물 그중에서도 ‘소녀’를 많이 그리는데, 작품으로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저의 감정을 대변하는 제3의 인물을 그리고 싶었어요. 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이기도 하고 타인일 수도 있는 인물을 그리고 싶어 선택한 것이죠. 평소에 사람을 그리는 걸 좋아했고 제가 원하는 이상의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소,녀’였을 때 기억은 불안과 걱정이 없었던 때이기도 했기에 이상의 세계에서 그때의 소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Q. 제목에 ‘소,녀’와 같은 형태로 쉼표가 들어가 있는데, 이유가 있는지

작품 속 ‘소,녀’는 소녀가 되길 바라는 현재의 나 자신이기도 해요. 그래서 현재 진짜 소녀가 아닌 이상의 소녀를 표현하기 위해 쉼표를 찍었고, 또 다른 이유는 2008년 초기작을 그릴 때 방어기제의 표현으로 뿔이 달린 소녀를 그렸는데 ‘소뿔을 단 여자’의 줄임말로 중간에 콤마를 찍었습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작품을 추천해 준다면

‘존재의 순간’, 장지에 혼합재료,130×130cm, 2019.

최근 작업 중에서 ‘존재의 순간’과 ‘love’라는 작업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저는 소녀를 그리며 불안의 감정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요즘에 고민하고 생각했던 주제는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였거든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고 삶과 죽음 사이에 느껴지는 불안은 무엇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존재하는 순간에 영원하지 않을 생에 대한 불안의 감정은 또 다른 따뜻함의 감정과 사랑의 감정들로 치유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타인의 존재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내 존재 안의 감정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삶과 죽음 사이의 불안한 존재들이 아름답게 존재하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는데, 소개해드린 작품에 잘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Q.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좋아하는 작가들은 많지만 그중에 프리다 칼로를 제일 좋아하고, 제가 작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작가입니다. 동시대에 살지도 않았고 그녀의 삶을 제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작품을 보면 그 안에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그대로 표출되어 있어서 기억에 크게 남았어요. 삶 자체가 작품이 된 멋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Q. 감상자는 장수지의 작품을 어떻게 느끼길 원하는가

각자가 느끼는 불안은 다르지만, 제 작품을 바라보며 자신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작업적인 면에서 추구하는 것은 재미입니다. 내가 먼저 그리는 행위가 재미있고 내 작업을 내가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태도에서 추구하는 것은 솔직하게 작업하는 것인데요. 솔직하게 느끼는 것을 그대로 작업에 표현할 때 나부터 공감을 할 수 있고 타인도 함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인가

기존의 작업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그림의 형태들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 ‘나’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있고, 앞으로도 제가 느끼는 것들을 그릴 계획이에요. 지금 당장의 계획은 이렇지만 나중에는 그리고 싶은 다른 것이 생긴다면 그리게 되겠죠?

Q. 현재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항상 작품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에 느껴지는 것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닌 작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더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 장수지의 꿈은 무엇인가

내 마음에 드는 작업을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그릴 수 있는 것이 꿈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 때 어떤 것을 그릴지 구상하고 형태와 색을 고르는 일이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들이 재미있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앞으로도 평생 작업하며 살고 싶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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