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타격했다. 국내 상황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지만 지구촌 상황은 심각하다. 이에 맞춰 각국 정부는 방역과 함께 내부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앞 다퉈 각종 지원책을 낸다. 대한민국 역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광역·기초 자치단체까지 시민, 특히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 쏟아내는 상황이다. 

결론부터 밝히면, 매우 절실한 정책을 너무 소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미증유의 상황을 일상의 대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역화폐 사용처에서 제외된 건물(대형유통매장 등)에 입점한 개별 사업장에서는 지역화폐로 거래할 수 없다. 이들 사업장은 소상인·자영업자인데도 사실상 지원에서 벗어난 셈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지역화폐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특히 온 나라(아니 온 세계)가 빠짐없이 고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혜택을 입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쇼핑센터에 입점해 있는 한 상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천지 발 코로나19가 전국을 불안으로 몰아가는 시점이었다. 당시 이 상인은 대형쇼핑센터로 이전 확장, 개업한지 한 달 째였다. 같은 건물에 대형마트도 입점해 있고 공공기관도 있어, 다소 부담스러운 임대료를 감수하고 옮겼다고 했다.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한지 불과 하루여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지만 그대로 버티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상인이었기에, 경기도 정책을 반긴다는 호평을 기대했다. 그러나 통화 속 그 상인은 매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열 평쯤 되는 분식집을 운영하는 그 상인. 주변 대기업 유통매장과는 전혀 무관한 말 그대로 소상인이다. 그럼에도 그 분식점에서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역화폐 사용처에서 제외된 건물에 입점한 개별 사업장에서는 지역화폐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상인·자영업자인데도 사실상 지원에서 벗어난 셈이다.

지자체 등에서 지급받은 기본소득을 3개월여 동안 해당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게 먼저 문제다. 더 심각한 대목은 그동안 찾아오던 단골손님이 외부로 유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매장과 달리 분식점에 대한 단골손님의 애정도가 그리 높지 않아, 약간의 변수만 생겨나도 가차없이 갈아탄다는 게 그 상인의 하소연이다.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는 사실상 모든 소상인이 입는 만큼 재난기본소득 이용기간(대부분 3개월가량)만이라도 유통산업발전법의 해당 규제를 풀어달라는 게 그 상인의 요구다. 하지만 자치단체 입장은 다르다. 재난기본소득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 소상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적으로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현재까지는 없다고 한다.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할 만한 말이다. 지역화폐를 지원하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연매출 10억이상 매장을 사용처에서 제외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대형매장에 입점한 소상인 매장을 지역화폐 사용처로 확대하면, 주변 골목상권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역시 이런 한계를 감지하고 있다. 때문에 본격적인 지원을 앞두고 관련 민원이 제법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미문의 사태라 보완할 것이 많은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소상인은 극한 상황까지 몰렸다. 보완하고 대책을 세워 적용할 시간도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소상인이 실제 피해를 보고 있다면, 최대한 보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산업발전법에 앞서 재난안전법이 필요한 소상인,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묘수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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