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미술관은 오는 18일부터 한 달간 양홍수 한국화 작가를 초대해 ‘흐르고 머물고…’전을 개최한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양홍수 작가는 그동안 우리 곁을 무심히 스치는 바람과 연못에 스며든 푸르른 달빛 등을 화폭에 담으며, 수묵 채색화가 보여줄 수 있는 관조의 미를 선보여 왔다. 세상을 다 덮은 설경과 그 사이를 오가는 안개, 안개 속에 묻혀 숲인지 섬인지 모를 신비로운 풍경들을 절제된 색으로 담아 한국화의 감성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홍수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형태와 색감이 모두 표현된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그림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감추어지기도 한 흐린 형상 속에서 마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을 보며 그 끝을 헤아림 해보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작품의도를 밝혔다.

‘무제’, 장지 위에 혼합재료, 2020.

어찌보면 작가가 화폭에 담아내고자 하는 풍경은, 단지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변화나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그 풍경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존재의 수시로 변하는 감정과 기억들을 표현해내는 주관적인 작업에 가깝다. 그래서 작품 속의 선들은 또렷하기보다는 기억의 흔적인 것처럼 서로 얽혀 있고 흐릿하게 뭉개져 있다. 작가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추상작품 또한 시작과 끝이 명확한 작업보다는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우물처럼 깊이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열망이 표현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작품의 변화는 재료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먹과 분채같은 한국화 전통재료를 주로 활용했던 지난 작품들과는 달리 아크릴과 과슈 등을 사용해 색을 차곡차곡 쌓으며 자연이 지니고 있는 축적된 시간의 느낌을 표현해 작품의 깊이감을 더했다. 또 화지 뒤에 채색하는 배면채색 기법을 통해 밑색의 일부분을 앞쪽으로 전달함으로써 작품의 전체적인 색감을 더 풍성하게 하기도 했다.

전시가 열리는 안상철미술관은 한국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정 안상철 작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미술관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의 건축적 아름다움도 뛰어나 작품 감상을 겸한 여행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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