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는 회사의 자금을 노조파괴 행위에 동원한 것이 배임이란 이유로 삼성 임직원들을 형사고발했다.   ©중기이코노미

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을 통해 삼성의 노조파괴 행위의 위법성이 확인된 만큼, 이러한 범죄행위에 회사의 자금을 동원한 것은 명백한 배임”이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79명을 이날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서비스노조 파괴사건 1심 판결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 등의 임직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1심법원은 미래전략실이 전략문건을 만들고, 삼성전자 등이 이를 토대로 노조탈퇴를 종용하거나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조가 있는 협력업체를 폐업시키기까지 했다는 기소사실을 인정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박다혜 변호사는 “삼성 임원들이 회사 돈으로 노조파괴 자문비를 지출한 업무상 배임횡령 행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것은 3년 이상의 징역형, 상한이 없는 징역형을 처할 수 있는 범죄다. 2년 이하의 징역형만 규정돼 있는 부당노동행위와 비교할 때 훨씬 높은 형의 선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검찰 단죄 의지 없는 것 같아 노조가 고발한다

그러나 “검찰은 너무나 이상하게도, 이미 수십억원에 대한 배임행위를 충분히 확인했음에도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스스로 단죄할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노동조합이 스스로 고발에 나선다“며 철저한 수사와 함께 기소를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법원이 이미 노조파괴 등에 회사돈을 쓴 사례에 대해 회사와 경영진의 배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형사고발과 동시에 10억원 규모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박다혜 변호사는 “수년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과 피해를 경험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에 대한 보상이나 재발방지 대책은 언급조차 없다”며 “조직적으로 노조파괴 범죄를 자행해온 삼성과, 그 삼성의 범죄에 적극 협력해온 조력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대방은 100명이다. 박다혜 변호사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삼성물산·삼성의 각 협력업체들, (전)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을 비롯해 범죄에 직접 가담한 전현직 임원들, 그리고 검찰의 공권력과 노동부의 근로감독권을 활용해 삼성과 함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대한민국, 경총·어용노조·노조파괴 자문위원들이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라며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한 인원을 추려서 100명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문서로 공식 사과해야 한다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문서화된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은 “(삼성이) 다시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거나 노동조합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공식적인 문서를 제출하지 않는 한 끝까지 싸움하겠다는 게 금속노조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민천 수석부지회장은 “책임자를 당장 해고시키고, 두 번다시 이런 일이 없게끔 대한민국 전 국민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자를 꼭 처벌하는 것을 반드시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속노조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강한 양형”으로 “노동자와 국민들이 보다 존중할 수 있는 사법부가 될 수 있도록 거듭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노조 경영철학 아래 삼성에서 노조하는 조합원에 대한 지속적인 도발과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조합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헌법 위에 군림하며, 어떤 범죄도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자본의 권력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위법의지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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