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소상공인의 집적지인 전문유통상가. 제조업의 판로지원 등의 측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유통상가에 대한 정의와 규정이 모호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 대부분의 유통상가가 노후화된 상황에서 유통상가 활성화를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해, 시설현대화 등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통상가단지는 특정 품목을 판매하는 도소매사업자가 집적해 사업을 영위하는 단지를 말한다. 특히 산업용재 유통상가단지는 공구·기계부품·철강·건자재 등 다양한 산업의 중간재, 부품 및 기계 등을 취급하는 개별 상인들이 집적해 영업하는 전문상가단지다. 대부분 산업단지 등을 배후로 해 대규모 계획을 통해 개발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1996년 경기도 시흥시에 준공된 시화유통상가의 경우 3만2000여평 대지에 40여개동의 상가건물에서 2000여개 업체가 입점해있다. 인근 시화공단 업체에 공구·철물·기계부품 등을 공급한다. 또 1998년 준공된 서울 구로구의 구로중앙유통단지는 2만3000여평 대지에 3400여개 업체가 입점해 영업을 한다. 두 곳 모두 한국 제조업을 지원하는 요충기지로 역할을 해왔지만, 경기불황 장기화로 최근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산업용재를 취급하는 단지가 집적된 유통상가단지는 전국에 81개, 그 중 59%가 수도권에 밀집됐다. 자연발생적으로 집적된 소규모 집적지도 전국에 산재돼 있지만, 공식적으로 파악된 통계자료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영세 소상공인 입주한 유통상가, 지원사각 지대

숭실대학교 김현순 교수는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유통상가 육성 및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대다수의 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조성된 전문상가단지들은 시설이 노후화돼 현대화 사업과 도로·주자장 확보, 화장실 보수 등 환경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행법에 시설현대화 사업 지원은 전통시장에 집중되어 있어, 유통상가의 경우 같은 영세 소상공인들이 입주한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사업에 참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으로는 유통상가단지가 시설현대화 사업 등을 지원받을 근거가 없다. 이에따라 일부 유통상가들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정한 전통시장으로 인정을 받는 우회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방법도 전통시장 인정권자인 기초지자체의 이해가 부족해 법적요건과 관계없이 상인회 결성을 요구하거나, 지자체별로 인정여부가 달라지는 등 애로가 많다.

또 전통시장으로 인정받더라도 시설현대화사업, 특성화시장 지원사업 등 전통시장 관련 지원사업은 기존 재래시장 형태를 갖춘 시장을 위한 사업이어서 유통상가는 지원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유통상가, 전통시장과 달라 법·제도 정비해야
 
산업용재·전자제품·의류 등 전문 품목을 취급하는 유통상가는 영세 도·소매업 집합체나 재래시장 형태의 전통시장 혹은 가로(街路)를 중심으로 발달된 상점가와는 구분되기 때문에, 시설 개·보수 지원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전통시장으로 인정받기보다는 명확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야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또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에 맞춰 산업단지의 현대화·고도화를 위해서는 전문 유통상가를 함께 육성·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제도를 정비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규모를 기준으로 대규모 점포를 구분하고 있어, 유통상가단지는 대규모점포로 분류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소규모점포 집적단지 등 별도 유통업태 규정을 신설해, 전문상가단지가 시설현대화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만들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전국의 유통상가 실태조사를 통해 기초통계를 구축하고 유통상가 시설의 개·보수지원, 공동사업 추진 지원, 조직화 독려 등을 통해 유통상가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은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이상 점포의 집단을 ‘그 밖의 대규모점포’로 정의하고 있어, 소상공인이 집적돼 있는 유통상가도 대규모점포로 포함돼 정부지원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며 “최근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고, 유진 등 대기업의 산업용재 시장진출 등으로 소상공인 산업용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그 밖의 대규모점포에서 소상공인의 집적단지를 원천적으로 제외하는 등 규정을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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