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경기도 산하 지자체의 재난기본소득 신청 완료 메시지>

‘재난기본소득’. 코로나19 만큼 낮선 용어가 13일자 통장에 찍혀있다. 기자가 거주하는 자치단체가 지난 9일부터 접수를 시작해 현금 또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정국을 재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자영업자 등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하기로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상당수 자치단체가 정부와는 별개로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와 산하 자치단체가 재난기본소득 신청접수를 시작한 9일, 약간의 호기심과 권리행사라는 이유를 더해 시청 홈페이지를 찾아 신청했다. 시민들의 절박함이 몰려서 일까. 2시간 넘도록 ‘기다려 달라’는 안내만 이어진다. 괜한 오기가 생겨 될 때까지 해보자고 기다렸다.

얼마가 더 지났을까. 멈춘 듯 움직이지 않던 컴퓨터 화면이 갑작스레 바뀌더니 신청이 완료됐단다. 이게 뭐라고. 당장 통장에 재난기본소득이 입금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문이 있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나19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 위해 ‘마중물용’ 소비를 해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여기에 경기도 역시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원한다고 하니 나름 계산식이 복잡해졌다.

목적을 달성했다는 만족감에 눈길을 돌리려는 순간, 빨간색으로 적혀 있는 ‘(신청)완료’ 안내문 바로 밑에 ‘내 생애 첫 기본소득, 기부에 동참해 주세요’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과 함께 입금계좌와 모금기간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이게 뭐지, 주고 뺏겠다는 심보냐’ 하는 생각도 잠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메마른 상권 지원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출한 세금으로 자치단체가 챙겨주는 지원금이지만, 그 지원을 누구나 ‘권리’로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코로나19 정국에 지친 국민에게 작은 힘이 된다.

재난기본소득이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방법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나마 지역화폐나 상품권 등의 방식으로 지원할 경우 사용처가 제한되지만, 현금으로 지원 받을 경우는 ‘주머닛돈’이 된다. 신청만 마친 상태인데 기부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하는 자치단체가 야속하긴 했지만 이미 신청과정에서 심적 보람은 얻었으니,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제 곧 광역시와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정부 발 기본소득 지원이 본격화 될 것이다. 금액 차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생명줄 같은 역할을, 다른 이에게는 쌈짓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의 사용처를 막연하게 이해하던 상당수 국민은 ‘예산이 이럴 때 이런 방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이번을 계기로 느끼지 않았을까.

세금으로 낸 금액이 재난기본소득이란 형식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연히 세금으로 해야 할 많은 사업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으로 이름을 바꿔 내 주머니로 돌아온 예산을 기부란 이름으로 다시 사회로 돌려보낼까, 아니면 소비란 방식으로 골목상권과 공유할까. 생각해본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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