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까지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 전대미문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사진=인천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인해 우려가 컸지만,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의지가 더 뜨거웠다. 21대 총선 투표율 66.2%는 총선만 놓고 봤을때 지난 1992년 총선 71.9%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까지 투표할 수 있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총선을 성공리에 치르기 위해 방역에 힘쓴 모든 이들의 노고를 먼저 치하해야겠다.

어느 선거건 마찬가지지만, 역대급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 담긴 민의에 정치권은 주목해야 한다. 선거에 담긴 유권자들의 뜻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과정을 하나하나 복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짚어야 할 대목이 참 많지만, 대패한 미래통합당 입장에서 한가지만 지적해본다. 선거 막판의 막말 논란과 후보 제명, 공천과정의 잡음과 최고위의 공천번복 등은 익히 알려진 문제다. 반면 황교안 대표의 색깔론 공세가 먹혀들지 않았다는 데 대한 반성이 안 보인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소주성 등 실패한 사회주의 경제정책에 면죄부를 주는 선거가 되어서도 안됩니다”고 주장했다. 관훈토론회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총선 이전인 1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같은 표현이 보인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황 대표가 지난해 토론회 등의 자리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 사례도 검색해볼 수 있다.

야당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비판의 내용이 문제다. “사회주의”라는 딱지를 붙여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선거결과로 볼 때 실패로 끝났다.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정도이기도 하고, 선거에도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과거에는 분명 특정 정치인이나 정책에 “사회주의” 딱지를 붙이면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색깔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앞선 몇 차례 선거에서 확인됐다. 앞으로의 선거에 또다시 색깔론이 등장하더라도, 유권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 짐작하는 이유다. 선거에 살고 선거에 죽는 전업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이런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더욱 참담한 결과가 뒤따를지 모른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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