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책을 대선을 위한 무기로 꺼내들면, 중국과의 통상분쟁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AP/뉴시스>

한국은행의 ‘세계경제 포커스’ 14호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수출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GDP의 13.5% 규모다. 또 미국(4.7%), EU(4.1%), 일본(2.0%)과 중국을 합친 주요국 수출은 GDP의 24.3%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주요국 상대 수출동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중수출은 이미 위축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로의 수출은 큰 피해가 보이고 있지 않다. 대중수출은 중국의 대미수출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19로 국제협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부에서 나온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미중 무역분쟁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파 본격 대중수출…충격 안온 주요국 수출=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감소한 46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3월 우리 수출은 당초 급격한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년 수준에 근접(1.0억달러 차이)하며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들어 대중수출은 하루 평균 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2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의 충격으로 하루 평균 수출액이 3억6000만달러까지 감소했다. 중국의 공장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일제히 조업중단에 들어간 결과다.

3월 들어 대중수출은 지난해 3월보다는 5.8% 감소한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여파가 확실히 눈에 띄는 상황이다. 하지만 추세는 긍정적이다. 3월 들어 중국기업들이 조업 재개에 들어가면서, 3월 하루평균 대중수출은 4억5000만달러로 1월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

그 밖의 지역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대미수출이 지난해 3월보다 17.3% 상승한 것을 비롯해, EU(10.0%)와 일본(13.9%)에 대한 수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들의 판매 호조 영향이다.

문제는 4월부터의 추이다. 산업부는 “3월까지 코로나19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중국 이외 미국·EU 지역으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4월 이후 수출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 의료용품 부족=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이 이익을 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고통받은 미국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뉴욕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마스크와 방호복 등 의료용품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의료용품 부족이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는 최근 발간한 KITA 통상리포트 4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관계의 향상’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 통상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대중 추가관세 부과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증에 대응하기 위한 의약품, 의료기기 등 필수물자의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의 수출품에 추가관세 부과조치를 내렸는데, 의료용품도 그 대상이다. 두 나라는 지난 1월 1단계 합의에 도달했으나, 미국의 관세조치 철회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단체연맹은 지난 3월 서신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 의료품 추가관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 등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도 미국의 대중 관세조치가 필수 의료물품의 부족을 야기했다고 보고, 전세계적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와 공조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의견이 반영된다면 관세부과 철회 등으로 미중 통상이 복원될 수 있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무역협회 보고서는 “코로나19 감염증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미중 분쟁에서 치열한 전선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라며, “올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책을 대선을 위한 무기로 꺼내들 경우, 중국과의 통상분쟁은 또다시 갈등 악화로 접어들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자칫 무역분쟁이 재발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입은 피해를 더욱 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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