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지원 정책을 소극적으로 펼 경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송민기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재확산 및 경제 붕괴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조절 필요성’ 보고서(금융브리프 29권 8호)에서 “소극적인 경제지원 정책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생존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감염 재확산 및 극단적 형태의 경제붕괴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송 연구위원의 분석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한국은 20일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계를 낮춰 시행 중이다.

2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목표인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이행하기 위한 중간 단계”라며 “일부 업종의 제한이 완화되었을 뿐, 일반 국민들께서 지켜야 할 방역준칙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생활 속 거리두기까지 가더라도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거리두기의 강도를 다시 높여야한다는 필요성도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짐에 따라 위험도가 낮은 실외 공공시설 운영이 우선적으로 재개된다. 학원과 헬스장 등 영업제한 업종도 다시 문을 연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전한 중단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활동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싱가포르 사례를 들고 있다. 싱가포르는 개학 이후 유치원 집단감염 등이 발생하자, 등교 중단과 온라인수업 중단에 이어 일부 사업장 폐쇄 등 봉쇄조치에 가까운 대응을 취했다.

송민기 연구위원은 전면적인 봉쇄조치를 취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급감할 것이란 IMF 전망을 인용하면서, “전면적 봉쇄조치에 수반하는 비용이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또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이로 인해 “생산활동과 소비가 위축돼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받는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생물학적 생존을 유지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적극적 경제지원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해 경제적 생존을 보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경제학자 900명이 공동성명을 통해 재정정책을 대규모로 조속하게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감염 확산 억제를 위한 투자를 과감하게 집행하고, 중소기업이 임대료를 비롯한 고정비용을 감당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또 월세 유예 등을 통해 개인의 생계를 지원하고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클리 대학의 들롱 교수는 정부가 민간부채를 직접 떠안아서 일시적인 채무유예 상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한다고 제안했다. 컬럼비아 대학의 피스토르 교수 역시 정부가 채무를 직접 부담해야한다며, 부작용이 있지만 연쇄적인 대규모 채무불이행 발생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미국의 교수들은 자영업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휴직자들에게 특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 임대료와 대출이자 등을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조치를 취할 경우 국가채무가 크게 상승하지만, 금리수준이 낮고 경제성장률은 그 이상으로 회복돼 중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송민기 연구위원은 시카고 경영진의 최근 연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방지할 수 있는 인명손실의 경제적 가치만 단순 환산해도 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며, 이 규모가 “소극적인 경제지원 정책을 통해 잠재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재정비용의 규모를 현저히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 “전례없는 위기 상황인 만큼 기존 경제학적 상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감한 정책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 폭넓은 검토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