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파고가 세계경제를 뒤덮은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자칫 공멸로 나아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제공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4가지 대외경제환경 악화 변수를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교역의 급감이다. WTO는 올해 세계상품무역이 13~26% 줄고, IMF 또한 전세계교역량이 11%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세계교역의 감소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4월 들어 20일까지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26.9% 감소했다.

이와함께 홍 부총리는 국제유가 하락과 위험자산 회피 등 대외 변동성과 불확실성 급증, 사람과 물자의 국가간 이동이 단절돼 교역과 현지공장 가동중단 등의 상황, 글로벌 가치사슬의 약화와 자국우선주의 경향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의 확산은 코로나19의 종식 속도를 늦추고, 이후의 세계경제 복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공멸로 가는 보호무역 확산 우려=코로나19 위기 확산 초기에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의료용품 수출을 제한했다. 마스크 등의 수출이 중단되면서 코로나19가 창궐한 지역에서는 극심한 의료용품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세계경제 악화와 특히 마스크 등 의료용품 공급부족 현상이 전세계를 뒤덮으면서, 교역망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의 정치권과 재계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내야한다고 촉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2018년 시작한 미중 무역분쟁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가 타결됐지만 이 합의에는 관세부과를 중단한다는 내용은 없다.

여기에 유럽지역 철강업계가 수입규제를 강화할 것을 EU에 요구하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 식량수출국들은 식량수출을 줄이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런 보호무역주의가 코로나19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IMF 지난 4월 코로나19에 따라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규모 봉쇄조치로 세계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올 한해 세계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의 세계경제성장률이 –1.0%였다. 당시보다 더 세계경제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IMF는 2008년부터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이유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의 성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팬데믹 사태는 노동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사업장 폐쇄에 따라 공급망 혼란이 발생했고, 생산성의 감소로 이어졌다. 금융에서 위기가 발생해 실물경제로 넘어오는 패턴과 달리, 실물경제에서 먼저 위기가 발생해 파장이 더 크다는 의미다.

◇위기 극복은 국제공조로부터=IMF는 2021년 들어 선진국 4.5%, 한국 3.4%, 신흥국 6.6% 등 경제성장에서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반등여부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2020년 하반기 중 팬데믹 종료여부와 정책적 지원 효과에 달렸다는 게 IMF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억제와 보건지출 확대가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건위기와 외부재원조달 충격을 동시에 겪는 취약국 지원 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란 의미다.

한국 역시 진단키트 수출과 한국전 참전국에 대한 마스크 지원 검토를 통해 국제공조에 나서고 있다. 개도국 코로나19 보건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신남방·신북방 국가 대상 ODA 예산을 우선적으로 늘리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코로나19의 조기 종식과 세계경제의 반등으로 이어진다면 최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반대로 보호무역의 발호가 가속화된다면 세계경제의 위축과 공멸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