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4000만 인구의 방대한 시장을 가진 러시아. 자체 시장뿐만 아니라 향후 중앙아시와 동유럽 등 인접 시장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국가다.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한국 화장품의 수출지역 다변화가 중요 과제로 대두됐는데, 기술력과 참신성을 갖춘 우리 화장품의 러시아 진출을 확대할 적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러시아 화장품 시장 진출 전략 보고서’에서 김현수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러시아는 아름다운 외모와 피부 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은 세계 11위화장품시장으로 향후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이 기대되는 기회의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포함 유라시아 차세대 화장품시장이 뜬다

화장품은 한국 소비재 수출의 25.3%를 차지하는 중요 수출품목이지만 중국과 홍콩에 60.7%가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홍콩 시위 영향으로 對홍콩 수출이 급감했다. 중국 및 일본 기업들이 수준 높은 화장품 출시와 함께 K-뷰티를 추격하는 상황 또한 잠재 리스크다. 이에따라, 베트남, 태국 등 아세안 지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이 차세대 수출 시장으로 거론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8년 러시아 화장품 시장규모는 약 103억 달러, 동유럽 전체 화장품 매출의 40.3%를 차지한다. 그동안 러시아에서는 유럽 및 미국 브랜드 선호가 높았지만, 최근 K-뷰티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2019년 한국의 對러시아 화장품 수출액은 2억1676만 달러로, 러시아는 한국의 세계 6위 수출대상국이고, 유럽으로 한정하면 제1위 수출대상국이다. 2009년 475만달러였던 對러시아 화장품 수출은 10년새 45.6배 증가해 수출대상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기초화장품 수요 높고, 뷰티전문점 중심으로 화장품 유통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품목은 기초화장품으로 메이크업보다 피부건강 관리를 중시하는 경향을 알 수 있다. 수분크림, 클렌저, 마스크팩 등 기초화장품이 화장품시장의 21.3%를 차지한다. 전체 인구의 14.7%가 65세이상, 고령사회로 특히 여성인구중 65세이상 비중이 높다. 이에따라 피부탄력 개선, 주름 완화 등의 기능을 갖춘 노화방지(Anti-aging)제품 수요가 높다. 

화장품 유통경로는 뷰티전문점, 드럭스토어, H&B전문점 비중이 크다. ‘레뚜알’, ‘매그닛 코스메틱’ 등 H&B전문점 매출이 전체 시장의 42.5%에 달한다. 전자상거래 매출 비중은 5.5%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2014~2018년 연평균 20.9% 성장률을 보이며, 유통채널중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화장품 소비트렌드는 자연(Nature)과 자연스러움(Natural)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피부건강을 위해 천연성분만 사용하고, 파라벤, 실리콘, 인공색소 등 화학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프리(Free) 화장품’을 선호한다. 식물성 원료로만 구성된 비건(Vegan) 화장품이나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화려한 메이크업보다는 꾸미지 않은 듯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여성도 늘었다. 

한국 화장품 강점 살린 러시아시장 확대 전략 수립해야

러시아 화장품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기초화장품 공략 ▲H&B전문전·전자상거래 판매 추진 ▲콘텐츠·실사용자 중심의 정보제공 ▲가성비 전략 등 러시아시장 환경과 한국화장품의 강점을 조화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초화장품 공략=보고서 전망에 따르면 기초화장품은 향후 5년간 연평균 4.6% 성장세를 기록, 2023년에는 매출비중이 22.1%로 확대된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한국식 피부관리법이 유행 중이고, 한국 기초화장품에 대한 신뢰도도 낮지 않다. 러시아시장 진출에 가장 유리한 품목이 기초화장품이란 얘기다. 

씻어내지 않아도 되는 마스크팩, 입술 각질을 제거해주는 필링 젤 등과 같이 소비자 효용을 높여주는 아이디어 제품도 유망한 품목이다. LED 마스크, 진동 클렌저, 고주파 마사지기 등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우리기업의 선제적인 진출도 기대된다.

◇H&B전문전·전자상거래 판매 추진=러시아 화장품 유통의 42.5%를 차지하는 H&B 전문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레뚜알, 매그닛 등 유명 전문점들은 넓은 고객층과 시장지배력을 가졌다. 입점시 한국 기업 및 제품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 부족한 고객층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자상거래 매출 비중이 5.5%로 작으나, 향후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주요 유통채널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베이나 지마켓 글로벌 등 해외 오픈마켓을 통해 러시아 직접 판매를 시도해볼만 하다. 또 러시아내 유통채널 확보하고, 현지 파트너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현지 판매 및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다. 

◇콘텐츠·실사용자 중심의 정보제공=까다로워진 러시아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위해서는 광고보다 콘텐츠 생산에 집중해야한다. 러시아어로 된 성분 표시와 제품 설명서는 필수다. 정확하고 자세한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생산 및 배포에 노력해야한다. 현지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공식계정을 개설하고 신제품, 프로모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함께 메이크업 아티스트, 뷰티업계 종사자 등 전문성과 영향력을 갖춘 오피니언 리더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유효하다. 

◇가성비 전략=고가 프리미엄 시장보다는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제불황 이후 세일기간 활용, 저가 브랜드제품 대체 구매 등 실용적 소비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가격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다만 품목별 프리미엄 제품과 대중적인 제품 수요가 다르므로, 이를 고려한 가격정책이 요구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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