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으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이 완료되면, 대기업 자금지원이 보다 폭넓게 진행될 예정이다. 

대기업 자금지원의 목표는 고용안정이다. 따라서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에 고용유지의무를 부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고용유지 의무를 부담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 모두 발언에서 “기간산업을 지키는데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대신에 지원받은 기업들에게 상응하는 의무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간산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대신, 고용총량 유지를 비롯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설치 근거는 산업은행법에 마련됐다.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은법 개정안에는, 기금 지원시 고용유지의무와 관련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이란 요건이 들어갔다.  

당초 정부안은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에서 정한 수준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안은 국회통과 과정에서 “일정 수준”으로 변경됐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해당 법안을 볼모로 인터넷은행법까지 통과시켰으면서, 수정과정에서 고용안정을 강화하기 보다는 후퇴시킨 국회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고용총량 유지 및 안전장치에 대한 논란은 산은법 시행령 개정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금융위원회가 6일부터 8일까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참여연대가 반대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대상을 항공과 해운 등 7개 업종으로 정했다. 또 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인수할 경우 원칙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명시했다. 기금운용심의회의 구성과 운영방식도 정했다. 

참여연대는 의견서에서, “심의회가 기간산업에 기금지원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원칙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기간산업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정부가 밝힌 원칙에 따라 집행돼야 하나, 개정 산은법과 동법 시행령 모두 이 원칙을 명시하는 규정이 부재”하고, “자금집행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어떠한 절차와 기준도 마련되어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금이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따른 일시적 자금지원이라는 목적과는 달리,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모든 대기업에게 ‘묻지마식’ 지원으로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심의회가 자금지원을 심의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경영난인지 여부, 자금지원 후 회복 및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한지 여부 등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개별 기업에 자금이 지원된 이후에도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부과되어야 할 고용유지 및 경영개선 노력 등 이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기금을 지원받을 기업에 대해 고용유지 의무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논의된 고용유지 조건이 90% 이상 고용유지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가 항공산업을 지원하면서 제시한 6개월간 90% 고용유지가 참고자료로 제시됐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을 실제로 받는 기업은 6월초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행령의 국무회의 의결과 심의회 구성 등 절차를 마무리하고, 지원대상에 대한 심의까지 진행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원대상에 부과할 고용유지 등 조건은 이 시기에 앞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마련한 기금인 만큼,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안전장치를 잘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