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대가 컸다. 두 달이 넘도록 이어졌던 창살 없는 교도소 같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확산에 자유는 제한됐다. 그렇게 견디고 견뎌, 완전한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끝이 보였다. 곧 종식선언에 이어 예전과 같은 일상이 우리를 초대할 것만 같았다.

손에 잡힐 듯하던 일상은 집단감염 소식에 일장춘몽처럼 다시 멀어졌다. 기운이 빠진다. 코로나19 블랙홀로 빠졌던 지난 2월도 상황은 비슷했다. 31번 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수일간 지역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잠시 멈춰 있으면, 신호등처럼 알아서 빨간색이 녹색으로 바뀔 것이라 믿었다.

그 믿음은 깨졌다. 한 종교단체에서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전파 속도는 국민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국난극복 DNA를 가졌다’는 희망적 자조로, 자기 최면을 걸어가며 우직하게 상황을 견뎌냈다. 단군신화에서처럼 ‘웅녀가 사람이 되기 위해 참고 견딘 100여일’ 정도 지나니 국내 전염병 상황은 크게 나아졌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외국의 찬사가 넘쳐났다. 듣기도 좋았고 국민 스스로 뿌듯해했다. 그런 기쁨이 과도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는 정부 발표가,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규모 확진사태가 발생했다.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상황은 두달 전과 비슷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애초 31번째 확진자가 활동한 종교를 두고 이단으로, 평범하지 않은 종교활동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차별이라는 반론도 나왔지만, 국민의 분노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용인 66번째 환자가 불을 댕긴 이태원 집단 발병을 두고,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끊이질 않는다. 확진자가 방문한 공간의 성격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무책임한 보도를 낸 탓이다. 전염병 확진자란 이유로 개인의 성적 취향이 ‘옳고 그름’의 대상이나 기준이 될 수 없다. 차별은 안된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들이다. 바람이 언제 왜 불어오는지, 그 판단을 우리가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는 것과 같다.

두달여 동안 우리사회는 사실상 멈춰 있었다. 팬데믹에 따라 개학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쌍수 들어 환영하던 학생들마저 학교가 그리울 만큼 일상에 지쳤다. 맞벌이 부부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아사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은 ‘확진자’란 소리에 가슴이 덜컹할 것이다. ‘# 덕분에’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는 의료인들의 걱정은 또 오죽하겠나.

이런 와중에 들리는 집단확진 소식에 국민 성토는 당연하다. 곰곰이 들어보면, 그 바탕은 차별이 아니다. 폄하나 조롱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국민의 지탄을 ‘차별’로 인식하는 듯하다. 다시금 명토박아둬야 할 부분이 있다. 차별과 차이는 냉정하게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종교, 어느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것은 차별이고, 지양돼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 대다수가 이번 집단확진 사태 관련자들에게 하는 질문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에 관한 대목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을 참아 왔는데, 왜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냐고 묻는 것이다. 

그 형태가 비판과 비난으로 표출되지만, 우리 공동체 유지·존속을 위해 지켜야 책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란 말이다. 이제라도 집단확진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의 방역당국의 지침을 자발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