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은 입장문을 읽으며 여러 차례 카메라를 향해 고개 숙였지만, 그의 얼굴은 피해자를 향한 적이 없다.”

‘삼성의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 6일 대국민사과에 대해 “지난 2월28일 일방적으로 내던진 시민사회단체 후원내역 무단열람에 대한 ‘꼼수사과’, ‘위장사과’에서 한 뼘도 나아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삼성의 불법사찰로 피해를 입은 시민단체들의 모임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파괴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3년 20여개 계열사 직원 270여명의 기부금 내역을 열람해 ‘불온단체’를 후원한다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지정한 불온단체에는 환경운동연합, 여성민우회, 향린교회 등이 포함됐다.

공동대응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지난 연말 선고된 삼성의 노조파괴 사건 판결 이후, 삼성의 지속적인 불법사찰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 처벌하고, 피해자가 입은 유무형의 손해를 배상하며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수차례 삼성에 요구해왔지만, 이번에도 삼성은 여전히 그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과 관련 “1948년 제헌헌법 제정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노동3권은 내내 헌법상 기본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삼성은 노조파괴와 불법사찰이 최근 갑자기 반헌법적 범죄가 된 것처럼 사안을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삼성은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 양형에 영향을 주기 위해 언론에 대고 ‘사과문’을 발표할 뿐, 현재에도 진행 중인 범죄행위를 중단하거나 그 피해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노조파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의 임직원들은 여전히 무노조경영의 존재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동대응은 “삼성은 수년간 조직적으로 실행한 노조파괴, 불법사찰이라는 중대범죄에 대한 사과를 이재용 개인 범죄의 대가를 가볍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라며 “준법감시위원회 뒤에 숨어 허울뿐인 사과문 발표를 반복하지 말고, 진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또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 피해자구제대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에 충실히 답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은 “삼성이 존재하기 위한 국내에서의 법제도적, 전방위적 특혜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적은 지분으로 큰 대기업 재벌을 지배할 수 있는 법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건희 회장 때도 탈세에 국세청의 지원이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과정도 다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러 단체들을 불온단체로 지정하고 후원하는 임직원을 가려내겠다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행태까지 있어야 존속 가능한 것이 삼성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라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사과, 진상규명, 처벌”을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