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용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과 유엔군 참전국에 마스크를 보내는 등의 방역외교는 보호무역시대를 대비하는 행보라는 의미도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수출도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수출이 지난해보다 24.3%, 수입은 15.9% 감소했다. 5월에는 충격이 더 커질 전망이다. 10일까지 중간집계 결과 수출은 46.3%, 수입도 37.2% 줄었다.

전대미문의 어려운 시기임에도 반대로 수출이 늘어난 업종도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대표적이다. 1월 한달간 3400달러 수출됐던 진단키트는 2월 64만2500달러에서 3월 2410만달러로 껑충 뛰어오른 뒤, 4월에는 2억123만달러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4월 한달에만 3000만달러를 들여 한국산 진단키트를 사갔다. 인도(2000만달러), 미국과 이탈리아(각각 1700만달러)도 진단키트를 다량으로 수입했다. 방역성공이 한국경제와 수출중소기업의 살길이라는 걸 입증한 좋은 사례다.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한 세계 경제와 무역은 상당기간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문제는 포스트코로나다. 대대적인 보호무역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14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통상환경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자국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경제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는 무역규제·반덤핑 등 수입규제 조치도 늘어난다. 코로나19로 통상과 물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제조업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되돌리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온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이원석 차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성공적인 방역으로 쌓은 이미지를 활용해 교역 활성화를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부가 추진 중인 코로나 방역외교가 수출중소기업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지원을 위해 미국과 유엔군 참전국에 마스크를 보내는 방역외교도, 보호무역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행보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 관련 국제공조에 정부가 적극 나서 주도하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이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통상과 물류 회복과정에서 한국기업의 이익으로 연결할 기회도 될 수 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강화됐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우려는 물론,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성을 목전에 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역이 전혀 없어지진 않을 테고, 수출중소기업은 앞으로도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돼야한다. 국제공조 강화와 함께 극적 성장이 예상되는 디지털경제와 디지털무역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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