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코의 인생은 그의 작품 외에도 여러 가지 사건으로 유명하다. 그의 사후에도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1958년 뉴욕 현대건축의 상징인 시그램(Seagram) 빌딩이 완공되기 전, 그 안에 들어갈 뉴욕에서 제일 고급 레스토랑인 ‘Four Seasons’에 걸릴 대형작품들이 마크 로스코에게 주문됐다. 그는 그 시점에 엄청 뜨는 작가였다. 하지만, 가난하게 자라고 작가로서 어렵게 생계를 꾸렸던 그에게는 주문비가 엄청난 큰돈이었다.

그러나 로스코는 작품을 많이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거절하고 돈을 반환하게 된다. 최근 로스코의 전시가 한국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면서 이 에피소드 또한 알려지게 됐다. 또한 2009~2010년에 런던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Red라는 연극이 이 에피소드를 주제로 올려져 성공했다. 두개의 다큐멘터리 영화도 이 에피소드를 다뤘다. 나는 이번에 그의 작품보다도 배경 사건에 대해 이야길 나누고 싶다.

‘Four Seasons’ 레스토랑, 1959.<출처=namu.wiki>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이민자로서 오리건주에서 매우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예일 대학에 합격해 다니다가, 학비 감당이 안돼서 뉴욕으로 와 파슨스에서 미술공부를 했다. 1950년도에 서서히 미술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뉴욕 현대미술관 디렉터 Alfred Barr의 눈에 들어, Barr가 필립 존슨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계약금은 3만5000불, 현재 원화로 25억원에 상당한다. 이 시대에 작가로서 최고의 영광이라 알려졌고,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그는 자본주의를 혐오했었고 항상 검소했다. 로스코는 식비로 5불 이상 쓰는 인간들은 범죄자라고까지 했다.

시그램 빌딩은 20세기 미국의 기업문화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이다.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로스코는 왜 이 프로젝트를 승낙했을까?

처음에는 로스코가 자기 그림이 이사회 회의실이나 건물 로비에 걸릴 줄 알았다는 설이 있지만, 그는 처음부터 작품이 레스토랑용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전문가들은 로스코가 이 프로젝트로 폭력적인 아트테러리즘을 저지를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에 오는 모든 개새끼들(son of a bitch)의 식욕을 작살내는 게 목적이라 말했다.

Mark Rothko, Black on Maroon 1959.<출처=tate.org.uk>

이때 로스코는 작품의 영감을 받기 위해 이태리로 여행을 떠났다. 플로렌스에서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Laurentian Library를 보고 강한 영향을 받았다. 웅장하고 시적이지만 공간에 눌려있고 갇혀있는 느낌. 그리고 폼페이 벽화에서는 칼라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태리에서 돌아온 후, 작품 완성 바로 전 로스크는 자기 그림이 걸릴 레스토랑에 와이프랑 예약하고 처음으로 그 곳에서 식사하게 된다. Four Seasons에는 로스코 작품이 도착하기 전까지 잭슨 폴락의 Blue Poles이라는 작품이 임시로 걸려 있었다. 그날 식사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로스코가 그 레스토랑을 정말 싫어했다는 점.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림을 보내지 않을 거고 돈을 반환할 거라고 얘기하면서, 그 레스토랑에서 그 (비싼) 돈 주고 먹는 인간들은 자기 작품을 쳐다보지도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은 장식용 이상의 인간의 사고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부자들이 와서 꼴값 하는 장소에 걸려진 작품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그네들의 장식용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낀 것 같다. 그는 작가로서 돈과 명예에 예술정신을 팔고 싶지 않았다.

The Rothko Room, Tate Modern.<출처=tate.org.uk>

“1970년 2월25일, 영국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 마크 로스코의 아홉 작품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 몇 시간 전 로스코의 시신이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되었다.”(역사학자 사이몬 샤마)

과연 로스코는 그 시점에 맞춰서 자살을 했을까? 그의 마지막 저항, 아니면 복수?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상상에 맡긴다. 현재 로스코의 시그램 프로젝트는 런던 테이트 갤러리, 일본의 카와무라 뮤지엄,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에 영구 전시돼 있으며 매년 몇 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맨하탄에서 제일 비싸게 건축된 레스토랑인 Four Seasons는 상류사회 모임이 주로 이루어지는 곳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돈, 명예, 욕망, 미모를 찾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됐다. 2000년 한 부동산 재벌이 빌딩을 시그램으로부터 매입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피카소가 그린 대형커튼이 내려오고 알레산더 칼더의 작품이 올라갔다. 그 이후 레스토랑의 임대계약이 끝나 재계약할 때 새 건물주가 월세를 이전보다 다섯 배나 올렸다. 건물에서 나가라는 소리다. 남아 있던 가구는 경매에 붙여졌고 담배 재떨이마저 1만2000불에 거래됐다.

Four Seasons는 그 이후 새 장소로 이전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데 실패하고 2년 뒤 끝내 문을 닫았다. 그게 아마 로스코가 끝내 말하지 않은 복수였을까.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아 작가)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