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적 이동통신사 SK텔레콤에 대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이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지현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지난 9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요금인가제 폐지 내용과 n번방 재발방지 내용이 같이 담겨 있다”며 이 두 가지를 분리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국장은 “요금인가제 폐지법안은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규제완화 기조 속에서 제안된 안”이고 “n번방 방지법안은 주로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두 내용과 취지는 다른 것”이라며 “요금인가제 폐지에 반대하면 n번방 법안도 반대하게 돼 버리는 꼼수를 부려놓은 이 상황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요금인가제 폐지 여부는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론내야 한다며 “이번 국회에서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이 통과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9대 국회 임기만료까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이듬해인 2016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시장 경쟁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정부는 “그간 우리나라 이동통신 규제는 네트워크 투자를 중시해 도매규제는 약한 강도로만 시행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한 소매규제 중심으로 운영(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인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점유율이 5:3:2로 10년 넘게 지속된 가운데, 그간 정부는 SK텔레콤 요금제에 인가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1년 SKT의 재판매 의무화로 도매규제가 본격 도입되고, 그 결과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이 10%를 돌파해 소매규제의 유용성이 낮아졌(다)”는 배경과 함께 “인가절차에 따른 요금제 출시 지연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재 상임위위원장 대안으로 통합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제를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되, 특정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등 이용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현행 요금인가제에 따라 시장지배적인 SK텔레콤의 요금제를 정부가 반려한 사례가 실제 있었다. 지난해 5G 도입 당시 요금제 인가 과정에서다. 

지난해 2월 SK텔레콤은 5G 도입에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G 요금제가 포함된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했다. 요금제는 7만5000원, 9만5000원, 12만5000원의 3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그해 3월 정보통신·회계·법률·이용자 보호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거쳐 반려를 결정했다

당시 자문위는 이용약관인가 심사기준에 따라 요금 적정성, 이용자 이익 저해와 부당한 차별 여부 등을 집중 검토했다. 심의위는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고)”, 이에따라 과기부가 SK텔레콤의 신청을 반려했다. 이후 SK텔레콤은 5만원대가 포함된 새로운 요금제로 인가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요금제 결정의 자율권을 침해해 요금경쟁을 막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요금제에 대해 정부가 인가하는 안전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통신사들은 인가제 폐지를 통해 요금경쟁이 활발해져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현재도 요금 인하시 신고만하면 되는데도 요금을 인하하지 않았다”며 “인가제가 있어도 시장점유율이 90%인 이통 3사가 베끼기 요금을 통해 사실상의 요금담합을 하고 있는데, 인가제도를 폐지해서 이통사들의 요금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