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면서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 대체로 어느 나이 때가 가장 행복한 나이일까? 또 나이가 들면 불안하고 두려워지는가?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고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도 10년 전부터 노령화사회를 경험한 영국인들의 사례는, 노령화사회로 들어서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엿볼 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2만1000명 이상의 영국인 남녀(10대부터 70대까지)를 대상으로 자신의 행복지수를 장기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듦에 따라 사람들의 행복감이 올라갔다. 

사람들은 대체로 20살 정도에서 1차적인 행복도가 최고치에 올라간다. 20살이 지나면서는 점차적으로 행복감이 줄어들고 대체로 40대에 최저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행복감은 40대 이후 점차 상승해, 70세를 약간 넘어서면 2번째 행복의 최고점을 맞이한다. 

스물 나이에는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희망과 열정이 있어 행복도가 높다. 또 인생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지혜의 나이 70세에 이르면 다시한번 최고조의 평안을 누릴 수 있다.

70세 때 맞는 2차적 행복의 최고점이 20세의 1차적 행복의 최고점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중년 연배에 있는 사람에게는 희망적일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젊을수록 행복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막연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연구보고서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더 행복해지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정한다. “젊은 층에 비해 나이든 사람들은 삶에 대해 더 감사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일 수 있다. 또 노년층은 사회 상호작용에서 감정적 측면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들의 경험을 통해서 얻은 만족감을 감성적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필자는 대학 때 은사님이나 옛 직장 상사를 자주 찾아뵙는 편이다. 70세를 넘긴 그분들이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을 때는, 특이한 경우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연구보고서를 읽고 나서는, 그분들이 정말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이가 들면 불필요한 것에 분노하지 않고 헛된 것을 탐할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이런 삶의 태도와 방식을 지혜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지혜가 우리를 평안하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예전처럼 노인들에게 늘 따라다녔던 빈곤·고독·질병을 안고 산다면,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행복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의 복지정책도 다양하고 의료보험도 있다. 더구나 요즘의 중년층과 초로층은 대체로 이전세대보다 자신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여유도 있다.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고 모든 것을 기대했던 세대는, 이제 점차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예전에는 자식들이 잘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요즘은 자신이 행복해야 자식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노인들이 많다.

당신이 70살이 되지 않았다면 아직 삶의 최고점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인생의 내리막이 아니라 아직도 다다르지 못한 최고조의 행복한 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가, 벌써 행복해지지 않는가? (중기이코노미 객원=신동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