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산업이 없어 우리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통화를 풀고 재정을 조기집행해야 한다는 대안도 함께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28일 ‘최근 산업경기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거시경제를 소프트패치 국면으로 진단했다. 경기가 본격 침체국면으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는 것이다.

주 수석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상승하고 있지만, 상승의 원인이 기저효과일 뿐아니라 상승폭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1분기 경제성장에 대한 수요 부문별 기여도에서 내수의 소비 기여도가 급감하고 투자가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부침 현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경기 회복을 견인할 산업이 실종된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2001년 3분기에서 이듬해 4분기까지와 2005년 2분기에서 이듬해 2분기까지의 확장국면에서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각각 경기 회복을 견인한 것과 비교할 때, 최근 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의 생산증가율이 모두 낮아 견인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재고는 늘고 출하는 정체되는 경기 침체의 국면으로 분석됐다. 2001년 이후 분기별 전년동기대비 생산증가율 평균치는 제조업이 5.7%로 서비스업의 3.7%보다 2%p 높았으나, 2012년 2분기 이후 최근까지 2년 동안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0.4%로 서비스업 생산증가율 평균치 1.4%보다 1%p가 낮았다.

우리 경제의 핵심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ICT 제조업 경기의 악화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2012년 4분기부터 2013년 3분기까지는 ICT제조업 생산증가율이 비ICT제조업보다 크게 높았지만, 2013년 4분기와 올 1분기 ICT제조업 생산은 감소세를 보였다. 비ICT제조업 생산이 증가세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특히 ICT 산업의 수출증가율은 2월과 3월의 8%대에서 4월 4.5%로 전체 수출증가율 9%에 미치지 못했다. ICT 산업이 수출 경기마저도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공공 부문도 민간 부문 수요로 파급이 제한돼 견인력은 미약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공공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이 2013년 하반기 이후 전년동기대비 4%대를 지속중인 반면, 민간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3% 내외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에서도 공공부문 수주가 크게 늘어난 반면 민간 부문은 부진한 모습이다. 제조업도 민간 부문 발주가 공공 부문 발주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 수석은 우리 경제가 소프트패치를 넘어 더블딥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확장적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주문했다. 금리 인상 카드는 신중하게 사용하되, 재정을 조기집행해 내수를 살리고 원화의 지나친 강세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에 앞선 이달 9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향후 높아질 수도 있다며 “기준금리가 변동될 경우 방향성은 인상 쪽이 아니겠느냐”는 발언으로 인상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에도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가 2%p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해도 위험가구의 비중은 1%p, 소득 4분위 가구는 0.4%p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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