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부천 쿠팡 물류센터가 폐쇄됐다. 이런 가운데 아프면 집에서 쉬기 등 방역지침을 강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부천 쿠팡 물류센터가 폐쇄됐고, 부천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대했던 지역사회와 기업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방역 성공이 곧, 경제 살리기라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27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에 앞서 “물류센터 특성상 단시간내 집중적인 노동이 이뤄지므로 직장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아프면 쉬기 같은 직장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업중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했고, 아픈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줬다면 갑작스런 코로나19 집단감염은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것은 방역상 당연한 조치임과 동시에, 일하는 사람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문제는 아파도 쉬겠다고 스스로 말하기 어려운 직장 분위기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8747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집한 결과를 보면, 생활방역 수칙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는 가장 지키기 어려운 수칙으로 꼽혔다. 개인 차원에서 실천이 어려운 수칙중 1위라는 응답이 38.9%에 달했다.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실천이 어려운 수칙에서도 1위로 선정됐는데, 응답비율은 54.0%로 더 높았다. 

아프면 집에서 쉬기가 개인은 물론 회사와 사회 전체에도 유익하다는 결론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회사에서 휴가를 용납해 주느냐와, 그리고 소득감소나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휴가를 쓸 수 있느냐다. 지난 25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21대 국회가 우선 다뤄야 할 입법·정책과제’ 11대 분야 70개 과제에도 이 문제가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2018년)를 인용해 “유급병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7.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급병가를 보장해주지 않는 회사를 다닐 경우 아프면 연차를 써야 한다.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아프면 집에서 쉬기’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참여연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유급병가를 의무화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유급병가로 발생할 수 있는 소득감소에 대해서는 “질병에 걸린 노동자가 맘 편히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질병 관련 소득보전제도를 갖춰야한다”며 상병수당 도입을 주장했다. “OECD 36개 회원국중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상병수당을 도입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프면 집에서 쉬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해법도 명확하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우려가 여전한 지금, 유증상 의심자가 일터로 나오면, 방역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역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픈 사람이 집에서 쉬는 것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중 하나다. 정부와 기업, 사회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국회는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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