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맞물려 퍼주기 논란을 불렀던 재난지원금 효과가 그나마 국민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재래시장이 붐비고, 정육점 매출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네 식당과 미장원도 손님이 줄을 잇는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지난 몇 개월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문을 닫아걸다시피 했을 때의 절망감을 생각하면, 재난원금은 가뭄 끝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지자체와 정부가 집행한 재난지원금, 정말 어려운 시기에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일대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5월 가계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모든 나라에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고, 이를 예방하고 치료할 백신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각국의 경제 상황은 글로벌 경제위기 때보다 악화일로에 있다.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교통과 물류마저 쉽지 않으니, 소비·수출·내수·관광 어느 한 구석 어렵지 않는 곳이 없다.

위기가 클수록 그리고 오래될수록 가장 힘겨워지는 건 자산을 가지지 못한 계층이다. 당장 정규직보다 일자리가 불규칙한 비정규직이 힘들고, 영세자영업자의 삶도 녹녹하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계층간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금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부양 효과를 냈다지만, 여전히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내수가 선순환으로 안착하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놔야한다.

재난지원금 등의 직접지원을 두고 보수 일각에서는, 국가부채 규모를 키워 나라살림이 파탄난다며 반대했다. 총선 결과를 놓고도 정부의 퍼주기 때문에 야당이 패했다고 주장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나라곳간이 비어간다며, 항의 차원에서 재난지원금 신청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다른 나라의 국가채무와 비교해도 설득력이 없다. 

채무비율이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통계지만, 그 자체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GDP대비 정부채무비율이 40%를 조금 웃도는 대한민국. OECD 국가 평균 110% 또 100%를 훌쩍 넘는 미국·일본 등에 비한다면 크게 걱정할 바 아니다. 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주장 또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이런 위기국면에서는, 적극적인 재정운영으로 소비와 내수가 침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적처럼 국가채무비율 10%만 올려도 200조원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에 중앙정부가 사용한 긴급재난지원금 규모가 14조2000억원 수준이다. 국무채무비율을 조금만 조정한다면 내수와 국민생활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와 여당, 소비회복을 위해 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국민들이 거리에 나앉고 내수가 멈춰버린 형국에서 나라 곳간만 지키고 있다면, 그게 오히려 비난받을 일이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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