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완화라든지, 그 다음에 글로벌 기준에 맞는 세제라든지, 이런 것이 또 반(反)기업 정서가 없어지고, 고용유연성이 유지돼야만 리쇼어링이 가능하고, 그 리쇼어링이 되게 되면 국내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 대해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씀드렸고, 대통령도 그 점에 관해서는 동의하셨다.”

문재인 대통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3자회동을 가진 뒤, 기자간담회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외국에 나간 기업의 국내복귀(리쇼어링)을 지원하기 위한 제언중 ‘고용유연성’을 포함시켰고, 대통령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고용유연성 강화·확대 주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감했다는 주 원내대표의 말은 노동계를 자극할 소지가 충분한 발언이었다. 물론 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앞서 메모가 아닌 기억에 의존하기에 정확한 표현에는 차이가 있다는 전제를 깔긴 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답변 요지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랐다. 주 원내대표의 리쇼어링 관련 질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 요지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선 스마트시티 등으로 인건비 격차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끊겨 안전하고 혁신적 투자처를 찾는 것도 리쇼어링이 일고 있는 원인이다”가 전부다. “공감한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이어지는 답변은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고용유연성을 지목해 공감한다는 표현은 없다.  

청와대는 고용유연성 강화·확대 논란을 경계한듯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회동 다음날인 2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발언의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고용유연성 문제라는 것은 사실은 해고를 쉽게 하겠다. 그런 것 아닙니까”라며 “코로나 위기극복과 굉장히 관련 없는 것이다. 위기극복이 아니라, 그것은 더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발언 상황에 대해서는 “경제계 쪽에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용유연성을 확대해야 된다.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다.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입장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수 있다”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얘기했을 때 대통령이 ‘안 됩니다’라고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의했다’라고 얘기할 순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동의라고 보긴 어렵다. 오해할 순 있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용유연성은) 그건 동의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발빠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이미 고용문제를 놓고 대립을 드러내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시작됐지만, 대치 상황은 계속될 개연성이 크다. 

앞서 27일 경총, 전경련, 중기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30개 경제단체가 속한 경제단체협의회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국가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경제단체 건의’를 발표했다. 

경제단체협의회는 사회적 대화의 시작을 연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의미가 크다면서 “노동계도 회사를 함께 살리는 임금과 고용의 대타협 차원에서 상당 수준의 고통분담에 대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노동제도”가 문제라며 보다 유연하게 제도로 바꿔야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27일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의문”이라며 “사용자단체의 행태는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자, 서민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기회삼아 곳간만 불리려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지난 26일 노사정대표자회의 실무협의에 제출하기로 한 사용자단체의 논의 의제는 패싱하더니, 별도의 방식으로 사용자단체를 모아 힘을 과시하고 언론플레이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고용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앞서 4월 전주지역 노사민정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해고없는 전주시’ 협약을 체결했다. 시작 단계지만 노사민정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주시 모델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노사 현안을 넘어 전주지역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거버넌스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자체 단위에서 만들어진 상생협약 형태의 사회적 대화,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할 과제가 노사정 앞에 놓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