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은 “21대 국회에 제1호 법안으로 상법개정안을 준비했다”며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중기이코노미

“일감몰아주기를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적 제재를 통해 규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일감몰아주기, 부당하게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도록 하거나 회사의 중요한 사업기회를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넘겨주는 이런 일은, 대부분 그 회사의 이사회에서 제동을 걸거나, 이사회에서 제동을 걸지 못하면 그 이사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거나 이런 방식으로 견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2일 주최한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에서 김남근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우리는 이사회가 대부분 거수기이고, 주주대표소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다 보니까 제대로 견제하고 있지 못하다”며, “이것을 공정위의 행정력을 통해 제재하려 하다보니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감몰아주기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기업 내부에서 이사회의 견제기능으로, 이사회가 못할 경우 소수주주의 주주대표소송을 통해서 견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거수기 불과한 이사회…독립 이사 필요=지금까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상법개정과 제도도입이 이뤄졌다. 하지만 김남근 변호사는 여전히 이사회의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총수일가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되고,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통행세를 받는 사익편취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보통 이런 식의 문제가 되면 당연히 이사회가 개최돼서, 언론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대한항공에서 이런 안건을 다룬 이사회가 한번도 개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서도, 합병과정에서 벌어진 주주피해 논란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뇌물제공 재판 등에 대해 “이런게 있으면 당연히 삼성물산에서 이사회가 개최돼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주주들의 피해를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 이런 얘기가 돼야 하는데, 이런 얘기가 한번도 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회가 총수일가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수주주나 종업원을 대표하는 이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 대표를 이사로 선출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총에서 이사를 뽑을 때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수주주 대표를 주주총회에서 선출해 총수일가를 견제하는 방안으로 평가돼, 1998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법은 기업 스스로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방법으로 집중투표제를 막아, 소수주주를 대변하는 이사의 이사회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집중투표제의 대상을 현행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에서 자산 1조원 이상으로 넓히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의 완화 ▲감사위원의 분리선출 의무화 ▲감사위원회 설치의무 대상의 확대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의 완화 ▲자사주 취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 목적으로만 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의 상법 개정 사항을 제언했다.

◇민주당, 상법개정 추진 의지…경제민주화=이를 위해서는 현행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토론회에 앞서 박용진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상법개정안을 준비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완성도 있는 법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목요대화라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서 KDI 최정표 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재벌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장기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한국경제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경제민주화는 단순한 경제정의 구현의 문제가 아니라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축사에 나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2018년 국정상설협의체 합의문에도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상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런 내용들도 포함시킨 바가 있다”며, 상법 개정을 위해 20대 국회 등에서 기울인 노력을 소개했다.

또,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대표발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법안의 통과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닌가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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