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돌입하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 사태가 한국의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국양제 하에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 저희로서는 중요하고, 1984년 중영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하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홍콩 상황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중 양국 간의 안정적인 우호협력 관계는 동북아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중요하다. 정부는 미중 양국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겉으로 보기엔 미중의 한쪽 편을 드는 대신 우호협력이 중요하다는 추상적인 답변인 듯하지만, 사실 홍콩의 지위를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이어서 미국 입장에 대한 우회적 지지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홍콩 반환과정에서 영국과 중국의 합의로 체결된 1984년 중영공동성명에는, 홍콩이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며 자유항과 독립된 관세구역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의 지위는 1997년 홍콩반환으로부터 50년간 변하지 않도록 정했기 때문에, 성명대로라면 홍콩은 2047년까지 자치권을 누려야 한다.

반면, 미중간 줄다리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익상 홍콩의 현상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직구로 정면승부하는 대신 변화구를 던진 것이, 승부를 피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한국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의미다.

홍콩 지위 박탈되면 금융·물류 허브 사라져 중소기업 수출 영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9일,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인해, 홍콩이 특별지위를 누릴만큼 자치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특별지위란, 미국이 1992년 제정한 홍콩법에 기인한 것이다. 비자발급과 투자유치, 법 집행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홍콩은 아시아의 물류와 금융 허브로 기능할 수 있었다.

무역협회의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총수입의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의 거점이며, 이중 50%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에게 홍콩은 중국·미국·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수출 상대국이다. 한국의 홍콩 수출품이 재수출될 때 하역료와 중개수수료 등이 더해지기 때문에, 금액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홍콩 수출액 대비 홍콩의 재수출액 비율이 114%까지 오른다. 이중 98%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대중국 수출 채널로 활용하는 이유는 홍콩의 금융·물류 인프라와 조세체계, 국제협정 상 이점 등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 달러와 미 달러와 자유롭게 교환되고, 낮은 법인세 등 세제상 이점도 있어 전통적인 자유무역항의 장점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남부내륙에 들어가는 관문이면서 공항과 항만 등 물류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이다.

무역협회는 단기적으로 홍콩의 허브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에 대한 여파를 분석했다.

만일 미국이 홍콩의 특별무역지위를 철회한다면, 당장 홍콩발 수출품에 적용되는 미국의 관세가 1.6%에서 최대 25%까지 확대된다. 한국의 홍콩 수출물량 중 미국으로 재수출 되는 비중은 1.7%여서 수출에 미칠 영향이 당장은 제한적이지만, 부정적인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미국의 대홍콩 제재가 강화돼 홍콩을 중계무역의 경유국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질 경우, 단기적인 수출차질 외에 중국으로 직수출 전환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중국 남부의 선전으로 직접 수출할 경우 홍콩을 경유하는 것보다 비용이 상승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무역협회는 중장기적으로 홍콩이 허브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러나 양국의 대립이 격화될 경우 물류와 금융 허브 기능이 약화되면서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하면 한국은 “일국양제 하에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을 가장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입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의 이해관계를 잘 표현했다는 해석에 도달하게 되는 이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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