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와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는 3일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이슈와 전망’ 학술대회를 공동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가 3일 공동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이근 서울대학교 교수는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의 정책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변화의 핵심은 GVC의 변화, 월가주주자본주의, 미국 주도성 약화 등을 포함한 탈세계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이전 미·중 갈등과 트럼프 보호주의에 이어, 코로나 이후는 세계화에 추가적 결정타가 될 것이며, EU의 붕괴 가능성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국 정책의 독립성 확산

세계적인 코로나 대확산을 경험하며, 코로나 대응에 각국의 독립적인 정책 필요성이 증가됐다. 또, 이탈리아 등 유럽 공조에 실패하면서 재정은 각자, 통화는 통일한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따라 모두에게 이제 세계화는 비용과 위기의 원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은 보다 내국지향적인 경제정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헬스·교육·노동시장·정치 등 광범위한 디지털화가 촉진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월가식 주주자본주의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미국 보잉사의 경우 주주배당 후 적자로 전환되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조달한 돈보다 배당, 자사주취득 등 기업에서 빼낸 돈이 더 많아지면서, 자본시장의 실패라는 지적과 과도한 주주배당에 대한 비판도 고조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 한해 동안 배당 등의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223억달러로 이는 GDP의 1.4%에 해당한다. 

세계 2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룩의 래리핑크 회장은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비판했다. 실제로 S&P 100대 기업들은 순이익의 108%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경영자의 충성심은 일시적으로 주식을 가진 주주가 아니라 장기적 투자를 향해 있어야 하며, 기업은 ▲자본을 제공한 금융자본 ▲경영 노하우를 제공한 경영자본 ▲노동자들의 인적자본 ▲지역사회가 제공한 사회적 자본 등 기업이 망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볼 사람을 중심으로 경영돼야 한다는 기조가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는 서구(미국) 우월주의에도 타격을 입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 의료보험시스템 개혁 법안을 폐기하며 정책의 혼선을 낳았다. 또 제조업 중심의 동아시아와 서비스업 중심의 서구는 마스크 및 의료장비 공급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대응을 보여줬다.

한국, 고성장·좋은 분배 모델로 재편해야 한다

이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정착되는 것이라고 했다.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는 ‘탈산업화, 금융화, 서비스화’되는 형태다. 외국인 중심으로 주주자본주의 득세 하에 소유경영이 분리되고 이제 오너패밀리는 경영참여 없이 배당만 챙기는 금융자본화가 되는 시나리오다.

금융자산 소유의 양극화에 따라 분배는 추가적으로 악화되고, 기업에 대한 외인주주가 강화되는 한편 과거 국내 중소기업을 부품 공급자로 하는 관계형 조달체계가 붕괴되면서, 국내 산업 및 고용 효과는 대폭 축소될 수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상으로 성장과 분배, 고용의 3박자가 유지되는 ‘혁신적 이해관계자형 자본주의’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과도한 단기이윤 위주의 주주자본주의를 견제하고, 자본 자율화를 줄여 환율과 금리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제조업 중심 경제의 강점이 부각됐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낙후돼 있던 서비스업을 이번 기회에 디지털화해 제조, 서비스, 농업이 조화된 새로운 경제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고질적 문제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디지털화로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시간, 공간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음으로써 재택 정규직, SOHO, 모바일 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형 일자리가 생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온라인 노동 중개시장이 등장하며, 전문성 있는 근로자에게 맞춤형 노동계약을 통한 후생 극대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 위기는 또한 고질적인 대·중소기업간 이중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지는 자동화 및 스마트공장 패러다임은 고령화와 인구성장 정체 즉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을 스마트화·고부가가치화 시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는 대기업 이탈 직원이 창업을 하고, 중소벤처기업·스타트업은 대기업에 피인수 됨으로 엑시트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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