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불법’승계 등 관련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일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수사의 칼끝이 이 부회장 턱밑을 겨누자, 검찰수사 그 자체의 정당성 여부까지 ‘제3자’를 통해 검증하겠다는 모양새다.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정당한 법적 권리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피의자는 검찰에 수사심위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속내를 단정할 순 없지만, 검찰보다 제3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심의위원회가 검찰에 속하지 않은 외부인사로 꾸려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검찰총장은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전문가를 위촉해 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의 기능을 보면 또하나의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심의대상에는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가 포함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법행위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그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가 검찰이 아닌, 위원회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던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이제는 경영권 승계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과 함께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최근에는 (삼성그룹)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며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자신과 삼성을 둘러싼 논란이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서, 검찰의 기소행위 그 자체의 당부를 다투겠다는 의미는 명확하다. 사과는 사과일 뿐이고, 법적책임과는 무관하다는 선긋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판사 앞에서 무죄를 주장하거나, 검찰수사 과정에서 기소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행위는 법이 보장한 권리행사다. 다만, 모든 국민 앞에서 했던 사과가 법적책임과는 무관하다는 세간 일부의 해석을 명확히 입증해준 사례라는 점만은 짚고자 한다. 

첨언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심의원회 소집 신청을 하고, 이틀째 되는 4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