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시대 특유의 카리스마로 영국의 승리를 이끈 총리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윈스턴 처칠은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남겼다. 오랜 시간 인간은 끊임없이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건축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결국 현대건축의 아버지였던 르 코르뷔지에의 이론들을 통해 아파트의 개념이 자리잡은지 어느덧 50여 년이 흘렀다.

변화되는 주거형태는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고, 현대에는 그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 서울에는 숨 막힐 듯 많은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고, 때때로 우리는 그 화려한 변화와 압도감 속에 숨겨진 차가운 이면을 마주하곤 한다.

차가운 콘크리트로 메워진 기하학적 건물 안에 숨어있는 도시의 감정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한 도시의 내면을 그려내는 작가 조설화를 만나보자.

‘Summer Symphony’, 112.1×162.2cm, Acrylic on canvas, 2018.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 달라.

제 작업은 선과 색면으로 도시내면을 표현하는 작업이에요. 도시를 통해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감정을 느꼈고, 이를 토대로 화면 안에 도시의 특성과 내면을 선과 면으로 시각화해 저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어요. 도시를 조형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위축된 심리를 위로하고, 복잡하지 않은 밝은 풍경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고 있어요.

Q. 선과 색으로 내면화된 도시를 표현한다고 들었는데, 그와 같은 주제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저는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주요 매개체가 도시에 있는 건물이라고 생각했고, 건축물에서 발견한 기하학적 구조를 작업으로 나타냈어요. 건축물의 구조에서 주요 모티브를 차용했지만, 최소한의 형태는 그대로 두어 균형을 유지했고 단순화시킨 선과 면, 기하학 형상들은 순수한 구조로서 도시 내면의 본질을 지켜주고자 했어요. 주변 건물들은 보통 무채색 톤을 띄는데 저는 산뜻한 도시풍경을 연출하고 싶어 강한 색상, 화려한 보색관계를 사용하고 있어요.

Q. 작품 속 도시가 언뜻 아름다운 색상의 책장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지?

책은 그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책들을 모아 놓은 것이 책장이잖아요. 다양한 사회, 건물의 모습을 지닌 도시가 책장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어 도시를 책장 형식으로 구상하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도시 속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제 작업 중 ‘Botanik symphony 제2악장’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선과 면으로 조화로운 도시 내면을 연출한 첫 시리즈이기도 하고, 이 작품을 제작했던 시기에 복잡하고 삭막한 서울 생활에 지쳐서 고향인 거제도에 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도시 공간에 자연적 요소를 넣어 봤는데 인공과 자연의 조화도 잘 어울리고, 도심 속 쉼터를 만난 기분이 들어서 재밌게 작업을 했어요.

Q.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Botanik symphony 제2악장’, 45.0×45.0cm, Acrylic on canvas, 2017.

Q. 감상자는 조설화의 작품을 어떻게 느끼길 원하는가?

도시 속 건물들의 차가운 공간이나 시각적 외형만이 아닌 다양한 내면의 모습을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도시 속에서 받은 불안감과 외로움을 치유해주고 극복하는 역할이 되길 기대해요.

Q. 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공감이에요.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색을 쓸 때도 내가 좋아하는 색상을 쓰지만, 사람들이 볼 때 편하고 안정적인 기분이 드는 색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해요.

Q. 주로 아크릴 기법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인가?

색, 면을 나타나기 위해 표면이 매끄러운 캔버스와 유분이 없는 아크릴물감이 알맞을 것이라 생각해 작업을 했는데, 다른 이에게는 차갑고 딱딱한 감정을 주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풍부한 감성표현을 하기 위해 구조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곡선과 드로잉의 즉흥을 넣어 화면의 변화를 모색하고, 콜라주 기법도 연구해서 작업하려고 해요.

Q. 현재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작업을 하고 싶은데 돈은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을 계속 하다 보니 작업량이 부족해서 걱정이에요. 작가로서는 평생의 고민일 것 같은데, 그래도 일과 작업을 잘 분배해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 조설화의 꿈은 무엇인가?

평생 작업을 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좋아했고, 미술 말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작업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면서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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