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참여연대와 민변이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배임죄의 공범 혐의 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국민연금의 업무상배임죄 공범 혐의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수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변 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자신에게 불리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8000억원에서 조단위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확인됐다”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직권남용죄와 업무상배임죄로 이미 처벌받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 “업무상 배임죄의 공범으로 처벌 받아야”

이어 “(업무상 배임죄는 문형표 전 장관 등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삼성측이 적극적으로 찬성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보고서 등을 통해,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을 찬성하도록 만든 사실에 대해 “국민연금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접 관련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의 동기가 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2015년)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적은 돈으로 하려는, 개인적인 사욕(추구)”라고 요약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대표적인 기업 범죄 3개 유형 모두 등장”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 돈으로 사는 대신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지분을 먼저 확보해 이를 제일모직과 합병하고, 이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삼성전자 지배력을 장악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범죄의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이 모두 등장했다는 게 이상훈 변호사의 설명이다. 먼저 기업의 자금을 빼 쓰는 배임·횡령,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자본시장법 위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부패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임죄와 뇌물죄) 두 개가 국정농단 사건에서 계류 중이다. 지금 수사 중인 자본시장 교란범죄가 실질적으로 소명된다면, 세 가지 주요한 범죄를 다 한꺼번에 저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익을 취득했다며,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변호사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금지 위반혐의로 2016년 6월 이부진·이서현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히고, 이 두 사람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확보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이 11%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부진·이서현도 (자본시장법 위반죄) 공동정범으로 조사받아야”

이어 김종보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이 두 분도 어떻게든 개입·공모가 돼 있어 공동정범으로 공모관계를 의심할 만한 여지가 충분한데, 빠진 점이 의문스럽다”며 “여기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도 진행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로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된 준법경영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종보 변호사는 “2011년 삼성그룹에서 전 계열사에 내부 컴플라이언스팀(준법경영팀)을 두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컴플라이언스 팀이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확정된 뇌물 횡령범죄에도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유명무실 준법감시위,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감사팀과 컴플라이언스팀은 부정 제보와 법 위반 제보를 받으면, 회사 정관과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김종보 변호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준법감시위는 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오로지 권고만 할 수 있다”면서 “감독과 통제를 하겠다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규정상 권한을 가진 컴플라이언스팀도 무력한데, 권고만 할 수 있는 준법감시위에게 감시와 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남근 변호사는 “준법감시는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통해 하는 것”이라며 “삼성이 진정한 반성을 했다면 2020년 3월 주총에서 이런 불법행위가 문제가 됐던 삼성바이오·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중공업 등의 이사회에 국민연금이 추천하는 공익이사를 적어도 한두명은 참여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을 텐데, 여전히 이런 걸 전혀 하지 않고 이사회를 거수기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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