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가 입증되자,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함께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가적인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 정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 여야 정치인들이 각자의 생각을 밝히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본소득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선두주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대신 전국민고용보험제가 우선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 기본소득 논란의 불씨를 당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반나절만에 장기적 검토 과제로 돌리면서 한발 물러났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오전 “4차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 아울러 이로 인해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미래통합당 초선모임 강연에서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를 강조했고, ‘물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써 기본소득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공식화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4일 오후 입장을 뒤집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인해 지금 1차·2차·3차 추경까지 가면서 적자재정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당장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고용창출이 되면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면서, 자신의 발언은 “연구는 계속해야 된다는 이야기”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분기별로 나누는 등의 방법으로 20만원씩 3~4회 지급하면, 소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발언이다. 

재원 논란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증세나 복지대책 없이 조금씩 하다가, 국민들이 정말 이거 좋네, 그러면 증세해 가면서 조금 더 늘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큰 금액 지급을 전제로 재원부족을 지적하는 비판에 대해 “너무 과격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재명 지사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 수준에 대한 개략적인 방안도 밝혔다. 전국민에게 단기 목표로 연 50만원, 중기 목표 연 100만원 그리고 장기적으로 연 200~6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한 기존복지를 축소할 필요가 없고, 월 최대 50만원 수입이 있다고 일하지 않을 리가 없으며, 국채발행을 안하니 재정건전성은 문제가 없고 국민동의를 받기 쉽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란 점을 강조했다. 일자리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공급수요의 균형파괴로 발생하는 구조적 불황”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의미다.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큰 틀에서는 공감하지만, 재원마련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먼저”라면서,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박원순 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특수고용종사자·임시일용직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소득감소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4대보험과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재난과 위기는 가난한 이들,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오기 마련”이라며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주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가공의 24조원 예산 활용 사례를 들어 기본소득보다 전국민고용보험 쪽이 더 정의롭다고 강조했다. 전국민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원씩 지급하지만, 전국민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