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딜러라는 비즈니스는 미술품을 거래해서 돈을 버는 일이다. 주로 경매장, 갤러리, 온라인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이 뜨기 시작했다. 콜렉터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딜러들은 경매장이나 갤러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한다.

문헌에 나오는 최초의 국제 아트딜러는 Giovanni Battista della Palla라는 사람인데, 서양미술이 꽃피었던 르네상스 시대에 그 시대 작품을 프랑스 왕에게 많이 판매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시절 프랑스는 유럽의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돈은 있었지만 미술에 있어서만큼은 미개국이었다. 그 후 미술품은 장식용품점에서 가구, 보석, 거울, 도자기 등과 함께 거래됐다.

유럽의 작가들은 귀족이나 부자들이 주문하면 그림을 그려주고 돈을 벌기는 했지만, 현대식 개념의 아트딜러는 프랑스인 Paul Durand Ruel이다. 그는 무명의 인상파 작가들을 발굴해 매월 생활비를 주면서 도와주고, 전시회를 열면서 인상주의를 만들어갔고 미술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물론 중복이 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트딜러는 두 부류의 그룹이 있다. 첫 번째는 Durand Ruel처럼 무명의 작가들을 키워서 나중에 대박을 내는 것이고, 두 번째 그룹은 유명하고 이미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만 거래한다. 미술시장 자체가 엄청 좁기 때문에 이 두 그룹 모두 소수의 콜렉터들을 상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아티스트, 딜러, 콜렉터 사이에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아직도 계약서 없이 그저 관계로 진행되는 거래도 많다.

A stamp printed in the USA shows Orange and Yellow by Mark Rothko, 2010.<이미지 출처=셔터스톡>

1998년 9월, 로스코 사망 28년 뒤, 뉴욕 휘트니 뮤지엄에서 로스코의 작품 200점을 전시하는 회고전이 열리게 된다. 회고전 오프닝에 미술계에 잘나간다는 인물이 다 모였는데 갑자기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로스코의 딸인 병리학자 케이트 로스코 박사가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녀가 미술계에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과거를 언급할까 두려웠다.

그러나 정작 로스코 박사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로스코 사망 뒤에 미술계의 탐욕으로 일어난 법정싸움에 대해서 약간의 언질만 하는 것으로 그쳤다. 그럼에도 미술계 사람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로스코의 자살 6개월 뒤 그의 아내마저 사망해, 당시 19세인 케이트 로스코 박사와 6살 남동생 크리스토퍼만 로스코의 유족으로 남게 된다. 로스코는 사망 때 798점의 작품이 있었고, 유언에 모든 작품은 로스코 재단에서 관리하며, 작품은 인증된 뮤지엄과 콜렉터에게만 판매하며 수익은 봉사활동과 교육에 쓰게 했다.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로스코도 사망 뒤 작품을 처리할 유언 집행자를 자기가 제일 믿었던 세 사람에게 맡겼다. 인류학교수 모튼 레빈, 추상표현주의 화가 테오도르 사모스, 말보로 갤러리의 경리담당 버나드 레이스가 바로 그 세 사람이다.

로스코는 미국 국내에서는 본인 작품을 스튜디오에서 직접 팔았고, 해외시장은 1963년 말보로 갤러리와 계약하면서 말보로가 판매하도록 했다. 버나드 레이스는 그때 로스코의 재정 설계사였고, 로스코는 그가 말보로의 경리 담당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사망 후 3개월이 될 즈음 유언 집행자이면서 로스코 재단의 이사가 된 세 명은, 로스코의 전 작품을 한 장당 1만2000달러에 당시 뉴욕 미술계에서 제일 힘 있고 잘나가는 말보로 갤러리에 넘겼다. 그것도 현금거래가 아니었다. 판매수익은 12년에 걸쳐서 무이자 상환이었다.

의심되는 부분은 로스코 사망 5주 뒤, 버나드 레이스는 말보로 갤러리의 경리담당에서 디렉터로 승진됐고, 테오도르 사모스는 에머리치 갤러리 소속이었다가 좋은 조건으로 말보로의 전속작가가 됐다. 작전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계약 몇 개월 뒤 말보로 갤러리는 로스코 작품을 구매가격의 6배에서 10배를 붙여서 팔기 시작했다. 말보로는 커미션도 부풀려 떼어 갔다. 1971년 로스코의 자녀들은 세 명의 유언 집행자들과 말보로 갤러리를 고소했고 이 사건은 거의 10년을 끌었다. 재판 자체만 89일 동안 진행됐고, 제출된 서류 또한 1만5000장이 넘었다.

마크 로스코 작품을 소개해놓은 휘트니미술관 웹사이트<출처=whitney.org/artists/1132>

그 후 이 사건은 예술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판례가 됐다. 결국 로스코의 자녀들은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법원 판결 전에 판매된 많은 작품들은 회수가 불가능했다. 그나마 회수된 작품들은 뮤지엄에 기증됐다. 로스코의 자녀들은 기나긴 재판과정 중에 신물이 난 미술계와 거리를 두다가, 최근에 심리학자인 아들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미술계에 다시 관여한다고 한다. 뉴욕 최고의 갤러리로 군림하던 말보로는 이 사건으로 작살났고, 미술계의 부정적인 인상을 대중에게 표출하게 됐다.

말보로 소속의 유명한 작가들은 다른 갤러리로 전속을 바꿨다. 이 사건은 그만큼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말보로 갤러리 오너는 증거인멸로 기소돼 도망자로 몇 년 있다가, 법원에 출두해 판결 받은 뒤 1983년에 사망했다.

로스코의 유언 집행자이면서 작전 총괄인 말보로 디렉터 버나드 레이스는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다 결국 파산하고 11개월 뒤 사망하게 된다. 로스코는 믿었던 후배작가 테오도르 사모스를 유언 집행자 겸 로스코 재단 이사로 임명했지만, 자기의 탐욕으로 로스코가 사망 후 작품을 빼돌리는 등 양아치 짓을 하면서 로스코를 배신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 2, 3류 작가로 평가 됐지만, 에머리치 갤러리 소속이었다가 작전에 동참하기 위해 로스코 사망 이후 말보로 갤러리로 옮겼다. 고소에서 패소한 후 그가 살던 집이 로스코 재단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법원에서 죽을 때 까지 살게 해줬다. 이 사건 뒤 어떤 갤러리도 테오도르 사모스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전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휘트니미술관의 로스코 회고전 1년 전에 사망했다.

Giovanni Battista della Palla는 세계 최초의 국제 아트딜러로 역사에 남았지만, 그는 지저분한 장사꾼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를 찾아 봤으나 내막이 잘 나타난 자료를 찾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거래에 문제가 있어서 첩자로 잡힌 다음 Pisa의 감옥에서 목이 나갔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었다.

이쯤 되면 역사를 통해서 반추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시장을 만족시키는 예술가는 없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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