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개혁하고 99%가 상생하는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며, 시민단체들이 지난 5월 21대 국회에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입법을 주문했다.   ©중기이코노미

21대국회 개원을 앞둔 지난 5월,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을 촉구했다. 

정부도 이에 호응하듯, 21대국회가 열리자마자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재벌개혁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규제 강화 미미한 수준”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최근 입법예고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2018년 8월 입법예고 후 같은 해 11월 국회에 제출됐으나, 2020년 4월 절차법제 일부만 개정되고 20대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전부개정안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하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눈에 띈다. 하지만 전면폐지가 아닌 일부폐지 수준이다. 가격담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경성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관할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또 담합·시장지배력남용·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현재보다 2배 증액했다. 과징금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총수일가 기준도 20%로 일원화하는 등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일부 확대한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두고, 새롭게 상호출자집단으로 지정되는 집단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 제한 규제를 신설한다. 신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요건도 강화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현행 10조원에서 GDP의 0.5%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특정 조항 개정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전반적인 내용을 손본다는 전제하에 ‘전면개편’이라고 했지만, 이름에 비해 개선 또는 개혁 수준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당시에도 있었다.

2019년 5월 공정위와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명지대 법대 홍명수 교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규제 강화라고 평가하기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공정위도 “(2018년의) 전면개편안 마련 당시의 방향성과 개혁성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21대국회에서의 논의를 위해 기존 전면개편안을 재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 노동이사제 빠져

지난 11일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법무부 역시 공정위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감사위원회 위원 관련 의결권 제한규정 일원화, 주총에서 전자투표 시행시 이사·감사 선임 의결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입법예고 된 상법개정안에 대해,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 입법예고안에 포함됐던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또 2016년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122명의 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 한 상법개정안에 비해서도 “주주대표소송의 일부 요건 완화,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등이 빠진 상당히 후퇴된 안”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부족한 안이지만 법무부가 상법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방향을 밝힌 만큼 이를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가 진일보한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도,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회귀하면서 해당 법안을 국회에 제출조차 하지 않았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주주대표소송의 일부 요건 완화, 노동추천이사제 도입 또한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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